대만·필리핀 투자보장협정 체결…中, 필리핀에 "엄중 교섭"

입력 2017-12-09 11:56  

대만·필리핀 투자보장협정 체결…中, 필리핀에 "엄중 교섭"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대만과 필리핀 정부가 전격 새로운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9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대만 정부와 필리핀 정부는 전날 필리핀 마카티시에서 장관급 경제협력 회의를 갖고 양국 간의 새로운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대만이 신남향(新南向)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즉각 불만을 표시하며 이미 필리핀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안젤리토 탄 바나요 주대만 필리핀 대표와 린쑹환(林松煥) 주필리핀 대만 대표가 서명한 이 협정에는 왕메이화(王美花) 대만 경제부장과 세페리노 로돌포 필리핀 무역공업부 차관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왕 부장은 "대만과 필리핀 간 체결돼 있던 기존 투자보호협의는 내용이 매우 빈약한 상태여서 현재 국제투자 규범에 따라 내용을 보강했다"며 "국제투자보증 원칙에 가입하고 투자 가능 형태를 다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산과 부동산으로만 나눠져 있던 양국간 투자보호 형태는 파생성 금융상품과 공공건설, 스마트 지적재산권, 생명보험업 지분 참여로도 확대됐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로 동남아, 서남아 국가에 접근하는 신남향 정책을 추진해온 대만은 동남아 8개국과 새롭게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필리핀과 투자보장협정 체결이 신남향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왕 부장도 현재 2∼3개국과 협정 체결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나라 명칭은 밝히지 않았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봉쇄'를 뚫을 수 있던 것은 필리핀이 간절하게 대만 기업의 현지 투자를 기대하며 이 협정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며 "로베르토 두테르테 대통령의 독특한 개인 스타일도 필리핀이 중국 봉쇄선 돌파를 감행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1975년 중국과 수교한 필리핀은 대만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중국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만의 대외활동 공간에 압박을 가하며 수교국들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과 당국 간의 공식 교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협정 체결에 '결연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교국이 대만과 정상적인 경제무역이나 민간 교류를 갖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대만과 공식 교류를 갖거나 주권 의미를 담은 협정이나 협력문건을 체결하는 것에는 견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 "필리핀측에 이미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한편 대만 관련 문제에 대한 개입으로 양국관계의 큰 틀을 훼손하는 것을 피해줄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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