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당 지지율에 여의도 경쟁 조기 점화 가능성
일각선 "의석 이탈 걱정, 원내 1당 유지될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내년 6월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 가운데 다수가 광역단체장 도전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까지 예산과 정기국회 입법에만 매달려온 현역의원들도 앞으로는 지방선거를 정조준하며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수의 현역의원이 지방선거 본선에 출전할 경우 그만큼 의석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자칫 1당의 지위를 상실할 경우 원 구성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도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현역의원 출마설이 야권보다 빨리 터져 나온 것은 높은 당 지지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내부 경쟁이 빨라지고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 경선만 돌파한다면 본선 승리 가능성도 무척 커진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경선만 통과하면 배지를 떼고서라도 도전해볼 수 있다"면서 "반면 야권의 경우 본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의석을 반납해가면서까지 움직이기가 힘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요 광역단체에서 여권 인사들의 발걸음은 바빠지는 모습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민주당 4선 의원인 박영선 의원, 3선인 민병두 의원 등이 자신만의 '서울 비전'을 들고 시민들을 만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86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3선의 우상호 이인영 의원도 당 안팎에서 후보군으로 주목하고 있고, 강남을을 지역구로 둔 재선의 전현희 의원도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장의 경우 '친노'(친노무현) 진영 핵심 인사 중 하나로 꼽히는 박남춘 의원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지방선거를 고심 중"이라는 글을 남겼고,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공보단장을 지낸 윤관석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사의 경우 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역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도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에서는 4선 의원인 오제세 의원이 현직 지사인 이시종 지사와 경쟁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충남에서도 4선 의원인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이 출마 뜻을 밝혔으며,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아산시장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전에서는 4선의 이상민 의원과 재선의 박범계 의원 등을 두고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고, 호남에서는 전남지사직에 재선의 이개호 의원이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남권에도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부산은 최인호 시당위원장이나 박재호 의원 등이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구시장직을 두고는 본인이 선을 긋고 있음에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경남지사 역시 민홍철 의원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 역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차출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현역의원이 10명 이상 본선까지 살아남아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본선에 도전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의석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는 지금의 정당지지율을 고려하면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영남권에서도 압승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선에 도전하는 의원들 수가 많아질수록 원내 의석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 영향으로 원내 1당의 지위까지 상실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소야대 국회 환경에서 더욱 힘든 처지로 내몰릴 위험도 있다.
특히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직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를 두고 신경전도 벌어질 수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1당 사수'가 중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는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선택이다.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의석수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당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