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셀프연임' 비판 이어 최흥식도 "지주회장 승계 시스템 허술"
금융권서 '김정태 겨냥' 해석…당국 "특정인 지목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회사들의 경영권 승계 시스템을 대수술한다.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후보추천 과정 등도 점검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0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 경영권 승계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086790] 사장 출신이다
최 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실태 관련) 검사가 다 끝나 결과를 통보한 상황"이라며 "이번 주에 언론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한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통상 3년 임기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행장을 뽑는데, 이때 지나친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사외이사 또는 임원후보추천위원 등으로 앉히는 것은 물론, 임원 가운데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해 연임하는 등 이른바 '셀프 연임'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이 지목한 CEO를 두고 금융권에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름이 거론됐다. 3연임 도전을 앞둔 김 회장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 경찰이 연거푸 압수수색한 KB금융[105560] 윤 회장 쪽이라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왔다.
금융당국은 특정인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CEO 선임·연임 과정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규정된 제도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법에 CEO 후보군을 관리하게 돼 있는데, 경쟁자를 쳐버리고 셀프 연임한다면 특정인과 관련한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사람의 문제'로 접근한 게 아니다. 제 발 저린 듯 사람의 문제로 보더라"고 말했다.
자신과 경쟁 구도에 있는 인사, 또는 현 정권 수뇌부의 의지가 최 위원장의 발언에 영향을 줬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금융정책의 최고 책임자를 한 개인의 하수인으로 취급하는 건 당국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김 회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전직 CEO(김승유 전 회장)와 임원들이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임추위를 구성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의 발언을 두고 "악의적 소문과 의혹 제기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자신도 모르게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 것"이라며 "최 위원장의 발언과는 무관하다. 최 위원장이 특정인을 지목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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