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美당정 '북한 겁주기'…현지언론 "말만 그럴까" 우려(종합)

입력 2017-12-10 16:47   수정 2017-12-10 17:16

커지는 美당정 '북한 겁주기'…현지언론 "말만 그럴까" 우려(종합)
NYT·CNN 위기고조 진단…전직관리·야권 '전쟁 절대불가' 견해도 소개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고형규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여당인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선 군사적 옵션 선택 개연성을 거론하는 빈도가 늘고 강도가 세졌다.
심지어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점증한다는 핵심 고위 당국자의 공개적 언급이 나오면서 마치 이것이 빈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전례 없이 커지고 이에 맞물려 그런 호전적 태도를 경계하는 입장도 분명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유력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는 지난 8, 9일 이런 현실에 주목하며 한반도 위기 증폭 양상을 짚고 호전적 발언을 비판하거나 경계하는 목소리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위협전술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발언을 사례로 거론하며 "최소한 20기의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북한을 겁주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했고, 그레이엄 의원은 '주한미군 가족 철수'를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본인 영역과는 무관한 미국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느닷없이 말해 혼선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 호전적 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파괴'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그 목표가 무엇이든, 이런 레토릭들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한 전쟁을 준비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연상시킨다"면서 "외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이 빈말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종류의 군사행동이든 한반도와 일본, 그 주변 지역에 재앙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의 경고를 상기시켰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북한의 핵 보유 질주는 계속됐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훨씬 진전되고 위험해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강력한 제재에 기반을 둔 외교로 위협을 억제할 기회가 있는 상황에서 군사행동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NN은 한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가 "전쟁이 일어나는 유일한 경우는 트럼프가 원하는 경우"라는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상황을 좌우함을 시사한 뒤 "그러나 군사력을 동원한 개입은 맥매스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포함한 트럼프의 국가안보팀이 그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고 전했다.
그러곤, 맥매스터 NSC 보좌관의 레토릭은 군사옵션 위협이 그저 위협에 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에 대해 매사추세츠공대(MIT) 핵전문가 바이핀 나랑이 "자칫 그런 도발적 수사는 김정은의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나랑은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이념적 갈등에도 관심을 두고 맥매스터 NSC 보좌관과 그레이엄 상원의원 같은 강경파 대(對)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온건파 사이의 분열을 예측하기도 했다.
다른 한 전직 국방부 관리는 나아가, 맥매스터 NSC 보좌관과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레토릭을 "무시무시하다"고 평하면서 "사람들이 핵전쟁을 하겠다고 그렇게 공공연히 말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CNN에 말했다.
미 비정부기구인 군축협회 소속 미사일 방어 전문가 킹스턴 리프는 북한에 대해 더는 해선 안 되는 행위에 관한 금지선을 긋는 것은 미국에 덫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에 둔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그것이 곧 긴박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리프는 또 "맥매스터 NSC 보좌관(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의 언급으로 미뤄볼 때 백악관이 예방적 전쟁을 진짜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로 여기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미 사이에 전쟁 협박과 위기감이 이처럼 커지자 평화적,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야당인 민주당 태미 덕워스(일리노이) 상원의원은 CNN에 전쟁이 가져올 가공할 대가를 거론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두되 동맹국과 여타 나라들과 함께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전쟁이 곧 발발할지 모른다는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평가를 공유하지만, 전쟁의 파괴성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에 전쟁은 항상 최후의 선택인 것이지만, 현 행정부가 전쟁을 조심스럽게 여겨야 하는데도 덜 그런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태국 한ㆍ일 담당관으로 일한 오바 민타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적 군사 행동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게 사실이라면 제정신이 아닌 거다"라고까지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jun@yna.co.kr,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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