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옥천 땅 절반을 사들인다고?"…금강 토지 규제 갈등

입력 2017-12-11 08:00   수정 2017-12-11 11:32

[현장 In] "옥천 땅 절반을 사들인다고?"…금강 토지 규제 갈등

옥천군 면적의 52%가 매수, 규제 대상…사들이고 방치해 불만 초래
"가혹한 규제 이참에 손 보자" 성난 민심, 간담회·국민청원 추진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금강과 대청호에 인접한 충북 옥천군은 전체 면적(537.13㎢)의 83.8%(449.82㎢)가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이곳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음식점 등이 원칙적으로 들어설 수 없고, 자신의 땅이라도 함부로 집을 짓고 개발해서도 안 된다.

이뿐 아니다. 정부는 오염원 차단을 위해 강이나 호수 주변 토지를 사들여 수변 생태벨트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축사 같은 오염시설은 물론 주택과 논·밭 등도 매입 대상이다.
땅을 사들이는 주체는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다. 이 기관은 토지를 매입해 건물 등을 헐어낸 뒤 자연 상태로 되돌린다. 사람의 활동 자체를 오염원으로 간주해 차단하는 것이다.
◇ "오염원 차단"…금강수계 매수 대상 22.5%가 옥천 땅
문제는 토지 매수가 옥천군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금강이 경유하는 대전과 충남·북, 전북 4개 시·도, 1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매수 대상 면적이 1천242.7㎢에 달하는 데, 이 중 22.5%(279.2㎢)가 옥천군에 속해 있다. 군 전체 면적의 51.98%에 달하는 규모다. 군과 주민들이 "옥천 땅 절반을 못 쓰게 만든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의 근거가 되는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상수원보호구역·수변구역·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대상을 정해놨다.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의 경우 1권역은 금강 본류 3㎞와 지류 1.5㎞ 안, 2권역은 금강 본류 2㎞와 지류 1㎞ 안이 해당된다.
전체 면적의 83.8%가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인 옥천군 땅이 무더기로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이 사업을 시작한 2003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땅을 사들였다. 지난 6월까지 매수한 땅은 여의도 면적(8.4㎢)의 2배 가까운 15.12㎢인데, 이 중 5분의 1(3.10㎢)이 옥천에 몰려 있다.
군과 주민들은 매수 토지를 방치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건물을 철거한 나대지나 습지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잡초가 우거지고 해충이 들끓는다는 주장이다. 멧돼지·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돼 농작물 피해를 키운다는 민원도 있다.
박효서 동이면 이장협의회장은 "정부가 여러 가지 환경규제로 땅값을 떨어뜨려 놓고서는, 그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며 "국민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정책을 비판했다.

◇ "더는 못 참아" 옥천군·주민 국민청원 추진
환경 규제에 대한 옥천군민들의 피해의식은 생각보다 크다. 400만명의 충청권 시민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기 위해 너무도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고 주장한다. 각종 환경규제로 인한 지역경제 손실액이 9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충북도와 옥천군은 몇 해 전 대청호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도선을 띄우려 했지만, 끝내 법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1980년대 초 문의 문화재단지∼옥천 장계유원지(47㎞)에 운행되던 유선(놀잇배)과 비슷한 형태를 구상한 것인데, 상수도보호구역 안 선박 운항을 금지한 수도법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작년에는 국토교통부가 홍수 안전을 이유로 옥천군내 6개 읍·면 95만㎡를 대청댐 하천구역에 추가 편입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3만㎡로 줄인 일도 있다.
갈등이 반복되면서 군과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더는 못 참겠다"면서 금강수계의 과다한 환경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20일까지 주민 8천380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환경부에 내겠다고 벼른다. 청원인 숫자는 이 지역 환경규제 면적 비율(83.8%)에 해당한다.
이달 13일에는 금강유역환경청장을 초청해 군민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 토지 매수 지침 개선 착수…"30년 한 풀리나" 기대감
마구잡이식 토지 매수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금강유역환경청은 최근 오염 부하량이 높은 축사 등을 우선 사들이고, 매수 토지에 대한 공익 목적 활용을 허용하는 등 관련 지침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주택이나 논·밭 매입을 줄이고, 지방자치단체 요구가 있을 경우 수질개선 목적이 아니더라도 땅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김영만 옥천군수는 지난 6일 금강유역환경청을 찾아가 군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고는 기자회견을 자처해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 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규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옥천군과 주민들은 기왕 손을 댄 만큼 이번 기회에 토지 매수 문제를 넘어서 30년 넘게 희생을 강요당한 댐 상류지역의 고통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군수는 "한강과 금강은 똑같은 식수원인데 금강에 상대적으로 가혹한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며 "불합리한 환경규제나 고무줄 잣대를 이참에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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