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터진 국민의당 극한 내분…계란투척·욕설 '진흙탕싸움'

입력 2017-12-10 16:32  

호남서 터진 국민의당 극한 내분…계란투척·욕설 '진흙탕싸움'
'박주원 논란' 갈등 키워…"安지도부 총사퇴" vs "지도부 흔들기 안돼"
바른정당 통합론 간극 여전…일각선 '전당원 투표' 주장도
호남방문 평가도 갈려…"통합에 민심 나쁘지 않아" vs "여론 호도 안돼"

(서울·목포·광주=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내 친안(친안철수)파와 반안(반안철수)파의 갈등이 10일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박주원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심장부인 호남을 찾은 10일에는 양측 지지자들이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등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특히 분란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양측의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 사태가 쉽사리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의 호남 방문 이틀째인 이날, 애초 텃밭 민심을 수습하고 당내를 정비하겠다는 지도부의 구상과는 달리 국민의당 내부는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첫 행사인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서부터 군중들 사이에서는 "간신배 같은 사람, 안철수는 물러나라", "간신배 박지원은 물러나라" 등 서로를 겨냥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안 대표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 여성은 통합 문제를 놓고 안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에게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오후 조선대에서 열린 안 대표의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양측의 충돌은 이어졌다.
안 대표를 비판하는 당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 개혁과 공당 사수를 위한 당원연대'는 행사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도부의 전면적 총사퇴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안 대표와 권력을 좇는 불나방 같은 몇 분만 나가주면 국민의당은 살아난다"면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탈당을 한 뒤 당 밖에서 추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안빠(안 대표 지지자)들이 (안철수 대표를) 오냐오냐, 후레자식 만들었다', '국민의당이 네 개인회사냐, 갑철수는 안랩으로 돌아가라' 등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기로 했다.
반면 안 대표 지지 당원들은 '호남 맏사위 안철수, 광주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응수했으며, 안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찢으려는 과정에서 양측이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토론회에서는 통합론을 둘러싼 양측의 인식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바른정당이 반(反) 자유한국당 노선을 택하면 그 정도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통합론을 고수했다.
이에 패널로 참석한 조정관 전남대 정외과 교수는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호남 의원들 중 적어도 2명 정도는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안 하더라. 은퇴하겠다는 분 5명만 나오면 통합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대로 광주 경실련 김동헌 사무처장은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의원들의 바짓가랑이를 잡아야 할 상황인데, 왜 국민의당이 합치자고 하는 거냐"라며 "지금 통합을 하자고 떼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호남 방문에 대한 평가 역시 양측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통합론에 대한 호남의 바닥 민심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전날 당원 간담회에서는 전당대회·전당원투표 등을 실시해 통합론에 대한 입장을 빨리 정리하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지도부를 무작정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 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호남의 통합 반대 여론은 확고하다. 이번 안 대표의 방문으로 통합론에 대한 반감만 더 커졌다"며 "박지원 의원이 계란을 맞은 일 등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통합 반대파 의원들로 구성된 '평화개혁연대' 역시 내주 광주를 방문해 지지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제보'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양측의 충돌은 한층 격해지는 모습이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박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도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충격적인 의혹으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만 9년 전에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 1년 전에 창당한 국민의당 전체를 흔드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보자는 목소리도 많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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