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층건물 공사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중간에서 부러져 작업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또 났다. 이번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장이었다. 건물 34층에 해당하는 85m 고도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64m 부위에서 꺾여 넘어졌다. 작업자들은 이보다 10여m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대략 건물 30층 높이에서 크레인 상부 구조물과 함께 떨어진 셈이다. 경찰은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청과 함께 현장감식을 했다. 타워크레인 등 설비의 결함 유무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나 또 다른 '인재'일 공산이 크다. 지난 5월에도 남양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1주일 전에는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낚싯배가 충돌해 낚싯배에 탔던 22명 중 15명이 생명을 잃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런 사고가 꼬리를 물어 안타깝다.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수입된 지 1년 정도 된 외국산인데 정확한 제조 연도는 모른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종합대책'을 보면, 외국에서 들여온 크레인의 허위 등록을 막기 위한 조치도 들어 있다. 크레인의 수입면장 외에 제작한 나라의 등록증과 제작사 인증서 등을 함께 제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용인 사고현장에서 쓰인 타워크레인의 제조 연도를 모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기본적인 안전요건조차 점검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국의 공사 현장에 이렇게 노후한 타워크레인이 얼마나 더 있을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거친 공사장에서 장기간 쓰인 타워크레인은 주요 부위에 피로와 충격이 쌓여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건설 중장비 관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이니 사고만 터지면 '인재' 얘기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타워크레인 종합대책에는 강력한 규제조치가 망라돼 있다. 원칙적으로 20년 넘은 크레인은 사용하지 못하고, 최초 설치 후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며, 10년부터는 주요 부위 정밀검사, 15년부터는 2년 주기 비파괴검사 등이 의무화됐다. 등록된 크레인을 전수 조사해 연식 등에 허위 사실이 드러나면 등록 말소한다는 처방도 들어갔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연내 입법 예고하고 내년 1분기 안에 하위 법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고강도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번 용인 사고를 보면 정부의 대책 추진이 너무 느리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의정부 사고가 난 게 5월인데 반년이나 지난 11월에 대책을 내놓은 것도 그렇다. 법령 개정에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마냥 기다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불안하다. 일정한 사용 기간을 기준으로 정해, 노후 크레인부터 긴급 점검하고 필요하면 임시 사용중단 조치라도 내리는 것이 어떤가 싶다. 정부가 계획한 대로 법 개정을 한다고 해도 시행은 일러야 내년 2분기부터 가능하다. 그 전에 어디서 또 무슨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도 '안전불감증'의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더 큰 참사가 나기 전에 실효성을 갖춘 임시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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