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예루살렘 발언'은 "미국내 정치용"
외교적 측면에선 "도 넘었다" 진단…"14억 무슬림 분노케 해"
(예루살렘=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촉발된 예루살렘 사태가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명문 히브리대 방문학자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오후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현재 추세로 봤을 때 돌발 변수만 없다면 이스라엘에서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 교수는 "분쟁의 확산을 원치 않는 이스라엘은 톤 다운하며 조심스러워 하는 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축인 파타 정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면에서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민중봉기를 뜻하는 인티파다가 서안 지역 등지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중동에 '반(反)트럼프' 전선이 형성되면서 이슬람권 국가들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슬람권은 트럼프 선언을 계기로 미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며 "터키와 이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이번 계기를 통해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외교 전략적 측면'에서 사실상 "도를 넘었다"고 정의했다.
그는 "트럼프의 선언을 계기로 미국이 일방주의를 지지하는 형국이 돼 전 세계 14억 명의 무슬림들을 분노하게 하였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미국과 가까운 동맹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미를 외치는 이슬람권의 규합으로 미국으로서는 위기를 맞게 돼 이를 관리하는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선언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이러한 선언을 한 배경으로 '트럼프의 국내 정치'를 꼽았다.
미국에서 자신을 뽑아준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러시아 스캔들'의 여파 등을 헤쳐나가기 위한 국내 정치용으로 이같이 선언했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 사태로 정치적으로 잃을 게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끌어내는 등 주도권을 잡을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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