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변협, 심포지엄 개최…"정부, 빛 공해 위험성 국민에 알려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야간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불면증·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당뇨·비만 등 신체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11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빛 공해, 생활리듬교란과 현대인의 건강'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제이미 제이저(Jamie Zeitzer)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 사답 라만(Shadab Rahman) 하버드의대 교수, 이헌정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빛 공해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정부와 전문가 단체들이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인은 도시화 및 야간활동의 증가로 과도한 빛에 노출된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생체리듬 교란·수면 부족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제이미 교수는 "일부 천문학자들이 해당 용어를 오랫동안 사용해왔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빛 공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라며 "소수의 사람만 건강에 악영향이 있다는 개념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계에서는 과도한 야간조명은 암 발생률을 높이고, 당뇨병·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왜냐하면 수면방해 등으로 정상적인 신체 리듬이 깨지면 면역력이 약화하고, 이는 결국 건강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와 영국 엑서터대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복사계(輻射計·야간 조명도 측정 장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야간에 인공조명으로 밝혀진 야외 공간의 면적이 매년 2% 이상 늘고 있다.
사답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이처럼 부적절한 시간에 빛에 노출되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낮에 청광(Blue Light)에 쪼이는 것은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밤에는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조명에 많이 사용되는 LED 조명이 방출하는 청광은 수면 유도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수원·안산·용인·평택·가평 등에 거주하는 394명을 대상으로 빛 공해 영향 인식도를 한 결과, 응답자 38.5%가 인공조명으로 인해 수면방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47.2%는 평소 가로등, 광고조명 등으로 '눈부심' 피해를 본 경험이 있고, 40.6%는 야간 운전 시 인공조명 때문에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 현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이미 교수는 "인공조명의 어떤 부분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빛 공해와 관련한 위험성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단체들의 대국민 홍보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헌정 교수 역시 "아직 인공조명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상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며 "다만 아침과 낮에 충분한 자연광을 쬐고, 밤에는 청광이 들어있는 인공조명을 피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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