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다이어트"…日직장여성 영양상태 2차대전 종전직후보다↓

입력 2017-12-12 07:00  

"격무·다이어트"…日직장여성 영양상태 2차대전 종전직후보다↓
신생아 평균 체중도 줄어…'저체중아 비중' 선진국중 가장 높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하는 여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전업주부도 육아에 매달리다 보면 끼니를 거르거나 부실한 식사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결에 거르거나 부실하게 때우는 끼니가 이어져 일본의 경우 한창나이의 여성의 영양 상태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2차 대전 종전 직후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여성들은 특히 바쁘지 않더라도 다이어트 등에 신경 쓰느라 식사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때우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HK에 따르면 의사와 영양관리사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마루노우치 보건실'의 조사에서 일하는 일본 여성의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은 1천479㎉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20~30대 여성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다.
이는 식량난에 시달리던 2차대전 종전 직후의 에너지 섭취량보다 적은 것이다. 마루노우치 보건실은 "이래서는 일하는 여성의 영양 상태가 세계대전 종전 직후보다 영양기아상태"라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30대 여성의 하루 필요 에너지 기준을 2천㎉로 정해 놓고 있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여성이 이 정도이고 서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2천200㎉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일이 바쁠 때는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나 "점심을 먹을 수 없을 때는 나중에 간식으로 때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에는 출근준비를 우선하느라 시간이 없어 밥을 먹지 않는다"거나 "외식이 많아도 되도록 저칼로리의 식사를 하려고 한다"는 대답도 많았다. NHK가 약 11만 명의 일하는 여성이 근무하는 도쿄(東京) 도심 마누로우치(丸の?)에서 여성들의 식사실태를 취재한 결과다. 취재 대상자의 약 절반이 외식 또는 밖에서 산 음식을 사무실에서 먹는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이들이 먹는 식사의 내용이다. 일하는 여성이 한 끼 식사에 필요한 에너지는 600~700㎉라고 한다. 그런데 영양사가 여성들이 사 먹는 도시락을 분석해 보니 절반이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부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바쁜 업무"때문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사키(27)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는 바람에 점심은 늘 일을 하면서 먹는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나 빵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이날 먹은 점심으로 섭취한 열량은 400㎉였다.
"위에 뭔가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낮 시간에 회의가 잡힐 때도 있어서 회의 시간 전에 후딱 먹거나 회의가 계속되면 저녁 무렵이나 돼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루노우치 보건실' 조사에서는 칼로리 부족 등으로 일하는 여성 5명 중 1명이 "무월경"인 것으로 밝혀졌다.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상태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400㏄ 정도의 헌혈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빈혈 상태이거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40%나 됐다.
마루노우치 보건실 관계자는 "식사량이 모자라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도 부족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일하는 여성이 이 정도로 건강에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사회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이 여성관리직을 대상으로 "관리직이 된 후 희생한 것"을 묻는 조사를 한 결과 1위는 "취미시간", 2위는 "건강", 3위는 "식생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을 남성에게 한 결과 1위는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 2위는 "취미 시간", 3위는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각각 차지해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마루노우치 보건실 관계자는 여성의 영양 기아에는 여성 자신의 의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원래 먹지 않는 걸로 살을 뺄 수 있다면 안 먹어도 좋다는 잘못된 다이어트 의식이나 미용의식이 있어서 남성보다 굶는 데 대한 저항이 약하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이런 영양부족은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일본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평균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출생 시 체중이 2천500g 미만의 "저체중아"의 비중이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후쿠오카 히데오키(福岡秀興) 와세다(早稻田) 대학 초빙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저체중아 출생비율이 높은 것은 엄마의 체격과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최근의 영양 상태와의 상관관계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후쿠오카 연구원은 "작게 태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에 걸린다는 법은 없지만 작은 아이는 장차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생활습관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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