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 벽 뚫고 다음 주자에게 성화 전달…시민 환호·박수갈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11일 과학도시 대전에서 사흘째 계속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는 인간형 로봇 '휴보'가 주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로봇이 성화 봉송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보가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교수와 함께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 오후 4시 31분께다.
휴보와 데니스홍 교수가 탄 차량이 나타나자 시민들은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환호로 성화 봉송을 축하했다.
데니스홍 교수의 성화를 넘겨받은 주자는 세계재난대응로봇 대회에서 우승한 휴머노이드 로봇 'DRC 휴보'다.
키 120㎝에 몸무게 55㎏인 DRC 휴보는 1분에 65걸음을 걸을 수 있다.
41개의 관절 덕분에 움직임이 자유롭다.
웬만한 인간 몸치보다 춤도 잘 춘다.
약 20m를 걸은 DRC 휴보가 다음 주자인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학과 교수에게 성화를 전달하려고 하자 커다란 벽이 휴보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DRC 휴보는 오른손에 설치된 드릴을 이용해 벽을 뚫고 왼손에 쥐고 있던 성화를 벽 뒤편 오 교수에게 전달했다.
휴보가 벽을 뚫던 순간 잠시 뒤로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평창 동게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시민의 박수와 격려로 휴보는 안전하게 벽을 뚫는 데 성공했다.
평창의 불꽃이 벽을 뚫고 오 교수에게 전달되던 순간 시민들은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듯 모두 휴대전화를 높이 들었다.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휴보가 무사히 성화를 봉송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구간이다.
오 교수의 다음 주자는 탑승형 로봇 'FX-2'.
오 교수 연구팀이 만든 FX-2는 키 2.5m에 몸무게가 280㎏ 나가는 로봇으로, 체중 70㎏ 성인까지 탈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날 FX-2의 성화 봉송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우승팀 대표 이정재군이 FX-2에 탑승하는 영광을 누렸다.
앞서 '평창의 불꽃'은 이날 오전 10시 21분께 김경애 대전 서구체육회 부회장이 보라매공원에서 봉송의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대전에 사흘째 동계올림픽 열기를 전했다.
성화는 월평삼거리∼대전도시철도공사∼만년교∼갑천대교∼KAIST 구간 38㎞를 4시 30분까지 93명의 주자가 달리며 대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후 5시부터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앞에서는 성화 봉송을 축하하는 축하행사도 펼쳐졌다.
축하행사에서는 대전연정국악원과 로봇의 종묘 제례악, 뮤지컬 배우 바다와 바리톤 조병주의 콜라보 갈라쇼가 펼쳐졌다.
대전에서 사흘간의 봉송과 축하행사를 거치며 올림픽 성공 개최의 염원을 담은 평창의 불꽃은 하루를 쉰 뒤 13일부터 세종특별자치시 일정을 이어가게 된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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