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권 확대 요구 봇물…투옥된 무장독립투쟁 조직원 사면도 요구
자치권 협상서 갈등 생기면 '독립론' 확산할 수도…佛 정부 '긴장'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족주의 세력이 승리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무장 독립투쟁이 벌어졌던 코르시카에서 선거를 계기로 자치권 확대요구가 쏟아지고 있어 프랑스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민족주의 정파 연합세력인 '페 아 코르시카'가 지난 10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 투표에서 56.5%를 득표해 지방의회의 과반을 점하게 됐다.
'코르시카를 위하여'라는 뜻의 이 연합은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정당들이 한 지붕에 모인 정파다.
이들은 프랑스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와 지역 고유언어인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동등한 지위 보장,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조직원들의 사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난 곳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8세기에 프랑스령에 편입됐다. 지리적으로 이탈리아 쪽에 좀 더 가깝고 고유어인 코르시카어 역시 프랑스어보다 이탈리아어와 유사성이 더 크다.
FNLC 등 과격 분리주의자들은 1976년부터 테러와 암살을 벌이며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1998년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최고 행정관을 암살되는 등 긴장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은 적도 있지만, 여론의 외면 등으로 FNLC는 2014년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했다.
코르시카 민족주의 정파 안에서 프랑스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코르시카 주민 33만 명 대다수도 프랑스 잔류를 원하며, 정치권도 자치권 확대를 선호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관광과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등 경제가 취약하고 프랑스 정부가 주는 교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자립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향후 자치권 확대 협상 과정에서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 코르시카 민족주의를 자극이라도 하게 되면 '독립론'이 들불처럼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 이후 기존 코르시카의 2개 도(道·데파르트망)와 1개 광역지방(레지옹)이 합쳐져 강력한 단일 지방정부가 구성되는 것이 변수다. 단일 정부가 구성되면 집권 민족주의 세력의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과 조직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페 아 코르시카' 연대를 이끈 질 시메오니 현 코르시카 광역의장은 승리 확정 후 "파리는 오늘 코르시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국가(프랑스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질 시메오니의 연정 파트너인 독립주의자 장기 탈라모니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중장기적인 독립 추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또는 15년 뒤 주민들이 투표에서 과반이 독립에 찬성하면 독립해야 한다. 투표를 통해서만 독립은 이뤄질 것이다. 민주주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공영 AFP통신은 코르시카 상황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통치권을 일부 양보하거나 강력한 중앙집권전통을 계속 유지하는 두 선택지 중에 딜레마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선거 결과 확정 뒤 즉각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시메오니에게 축하 전화를 해 "새 지방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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