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해 1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지만 공동성명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1일 밝혔다. 공동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대신 양국 정상의 입장을 담은 공동 언론발표문만 내기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이 현안에 대해 서로 결합된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어서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부의 10·31 합의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봉인'된 이후에도 중국 측의 잇단 문제 제기로 이견이 불거지는데 굳이 공동성명을 내 이를 드러내거나 스스로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웬만하면 사드 갈등을 말끔히 해소하고 공동성명도 채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았다.
중국은 10·31 합의 이후에도 틈만 나면 사드 관련 압박성 발언을 해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관영 매체의 기사를 통해 수시로 사드 문제를 거론하고 우리 외교·안보 당국을 압박한 것이 사실이다. 왕 외교부장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사드 문제로 한동안 냉각됐으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우호적인 협력정책을 펴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3불(不)'과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불과 닷새 남겨놓고 중국 입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3불'을 다시 언급하며 우리 측을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지난 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드 입장을 재천명하며 사드 문제를 접고 미래관계로 나아가려는 우리 측 기대를 저버린 적이 있다. 지금까지 중국 측이 보여온 행태를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사드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양국이 공동성명 대신 내기로 한 공동발표문도 서로 조율을 거쳐 나온다고 한다. 중국 측이 공동발표문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넣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할 듯하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정상회담의 최대 목표는 사드 갈등에 따른 보복을 해소하고 경제와 문화 분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이 사드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한국 단체관광을 베이징과 산둥(山東) 성에서만 제한적으로 푼 데서 알 수 있듯이 단숨에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은 같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강화에 주저하는 중국을 설득해 대북 원유공급을 끊도록 하는 것 역시 지난해 보인다. 중국의 입장을 우리 측 희망에 맞게 바꿔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국민도 대체로 이해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 만큼 눈앞의 정상회담 성과에 연연해 중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단번에 큰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두 정상이 만나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양국관계 정상화를 향해 조금씩 진전시켜 나가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노력의 근간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취지인 듯하다. 우리 외교·안보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을 새삼 확인한 것 같아 주목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서도 이 원칙은 꼭 지켜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