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을 무슬림과 다른 종교 신자의 지하 감옥으로 만드는 자들은 그들의 손에서 피를 씻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결정으로 미국은 그들의 협력자가 됐다"고 비난했다.
터키는 중동 정세에서 친미 진영에 속하긴 한다.
그러면서도 반미 진영인 러시아, 이란과도 긴밀하게 연대하는 '줄타기 외교'로 중동 맹주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참가했지만,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이란·러시아와 평화협상 추진 등 문제에서 미국과 이견을 보였다.
미국의 맹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에서도 이란과 함께 카타르를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관계도 썩 원만하지는 않다.
2010년 터키의 구호 선박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무릅쓰고 구호품을 전달하려 하다가 이스라엘 해군에 공격받아 터키 활동가 10명이 사망한 이후 양국 관계가 경색됐다가 지난해에서야 정상화됐다.
양국은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지중해 해상 가스전 공동 개발 협약을 맺으면서 접촉면을 넓히던 터였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에도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결정은 국제법과 인류의 양심, 정의에 어긋난다'면서 '상임이사국(미국)조차도 존중하지 않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 '침략국'으로 부르면서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젊은이와 아이들에게 총을 쏘고 F-16 전투기로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판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터키 내 쿠르드족 마을을 폭격하고 언론인을 감금하고, 이란을 돕는 지도자(에르도안)에게서 도덕 강의를 들을 생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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