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경 퇴행성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가 개발됐다.
헌팅턴병은 대부분 30~40대에 시작돼 10~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다 사망에 이르는 유전성 뇌 질환이다. 이상 운동, 보행 이상, 발음 장애, 연하곤란(음식물 삼키기 어려움), 성격변화, 치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얼굴, 손, 발, 혀 등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명 무도병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아이오니스(Ionis) 제약회사가 개발한 헌팅턴병 치료제(IONIS-HTTRx)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헌팅턴병 센터를 중심으로 3개국에서 진행된 최초의 임상시험에서 헌팅턴의 근본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의 BBC 뉴스 인터넷판 등이 11일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영국, 캐나다, 독일의 9개 의료기관에서 초기 헌팅턴병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에게는 이 치료제를 매달 한 번 4차례에 걸쳐 용량을 늘려가며 투여됐다. 치료제는 뇌에 전달되도록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뇌척수액에 주입됐다.
결과는 헌팅턴병을 일으키는 변이 단백질 헌팅틴(huntingtin)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계의 헌팅틴 농도를 민감도가 극히 높은 장비로 측정한 결과 헌팅틴 감소가 확인됐으며 치료제의 투여 용량이 증가할수록 감소의 폭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UCL의 헌팅턴병 치료실장 사라 타브리지 교수가 밝혔다.
이 약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가능하게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헌팅턴병은 헌팅틴 유전자라고 불리는 DNA 분절의 결함으로 발생한다. 이 DNA 분절은 뇌 발달에 중요한 단백질인 헌팅틴 생산을 지시하는데 유전자 결함으로 비정상 헌팅틴이 만들어지면서 뇌세포를 죽인다.
치료제 IONIS-HTTRx는 이 유전자의 잘못된 지시를 전달하는 RNA를 차단, 비정상 헌팅틴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막는다.
헌틴턴병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스위스의 로슈 제약회사는 아이오니스 사로부터 이 치료제의 특허를 4천500만 달러에 사들였으며 곧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른 연구자의 연구논문을 평가하는 과정인 피어 리뷰(peer review)를 아직 거치지 않았으며 앞으로 관련 학술회의에서 상세한 내용을 발표해 피어 리뷰를 받을 예정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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