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학교 모두 회의적…"거대한 보관함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내년 9월부터 프랑스의 초중생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절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장관은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치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6세부터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인 15세의 모든 학생에게 적용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랑케 장관은 RTL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긴박한 상황 등 교육적 목적이 있을 때 휴대전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통제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각 가정에 공중 보건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7세가 되기전까지는 어린이들이 너무 자주 화면을 안보는 게 좋고 아예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교장들은 이 조치가 과연 제대로 시행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프랑스 교장연맹 관계자는 "교육부장관의 발표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발표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대한) 타당성 또는 실용주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도심 중학교 학생들은 정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13세 한 남학생은 "이번 조치가 어떻게 시행될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누가 휴대전화를 걷어 어디에 보관해 둘지, 그리고 휴대전화를 어떻게 되가져 가도록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2세의 한 학생은 "이번 조치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우리는 지금도 수업시간이나 휴식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이 학생은 "화장실 안에서나 점심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들키면 즉각 빼앗기고 근신처분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때 이런 조치가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 같지만,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딸 아이의 하교 시간이 해가 질 때여서 (안전 차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며 "이게 차라리 부모 마음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랑케 장관은 각 학교가 휴대전화 보관함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으나 파리 등 대도시 중심지 학교들은 보관함 설치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교장연맹 관계자는 "프랑스에는 5천300개의 공립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평균 500명이 학생들이 있어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를 보관하려면 300만 개 정도의 보관함이 필요하다"며 "학교를 거대한 보관함으로 변신시킬 작정이냐"고 반박했다.
학부모 단체들도 이에 대해 회의적이긴 마찬가지다.
주립학교학부모연합 대표 제라르 포미에는 "어떻게 학교가 휴대전화를 보관할 수 있겠는가"라며 "방과 후 학생들에게 휴대전화를 제대로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리들은 휴대전화 금지 조치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연구 중이다.
블랑케 장관은 지난 9월 "우리는 장관회의 때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둔다"면서 "이런 행동은 학교를 포함에 모든 그룹에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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