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검찰발(發) 사정 한파에 자유한국당이 잔뜩 얼어붙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수사를 받으면서 초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다음은 누구 차례냐' 등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12월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부터 속도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우선 검찰은 12일 지역 사업가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원유철 의원을 13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원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원 의원과 그의 옛 보좌관 등이 연루된 뇌물성 금품 거래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원 의원에 앞서 최경환, 이우현 의원도 검찰에 불려갔거나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이며 엄용수 의원은 이미 불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정권 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의 경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최 의원에 대해선 검찰이 12월 임시국회 회기 중임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체포동의요구서가 이르면 이날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친박 이우현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이 체포 영장 청구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이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의원이 병원 입원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호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신촌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상황이다.
이 의원의 경우에도 만일 검찰이 12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체포 영장을 청구한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엄용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날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 보좌관과 공모해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기업인이자 당시 지역구 선거사무소 책임자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현재 의원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정권 때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 김재원 의원도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의 불법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된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검찰로부터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밖에도 한국당에서 현재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의원이 상당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군현 의원, 공무원 신분으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 권석창 의원,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배덕광 의원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찬우 의원은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던 김진태 의원은 2심에서 무죄를 받고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완영·홍일표·황영철 의원도 1심 재판 중이다.
또 강원랜드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들도 조만간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당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일단 당장 국회로 넘어온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한국당이 표결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례상 자당 의원들은 (소속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당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선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을 때 공정한 투표가 힘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한국당은 소속의원들의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규탄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가 앞으로 어느 수준의 대여(對與) 투쟁을 벌일지 주목된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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