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군기지 방문 이어 이집트·터키 연속 정상회담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중동에서 헛발질하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내 세력확장에 신바람이 났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리아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한 뒤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이집트 방문을 마치자마자 터키 앙카라로 날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예루살렘 사태, 시리아 내 IS 격퇴전 등을 포함해 중동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럽과 아랍권 국가로부터 맹비난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신문은 미국이 시리아 등 다양한 중동 분쟁에 개입하기를 주저하는 사이, 푸틴 대통령이 이집트와 같은 국가와 관계 회복하는 등 온전하게 그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공군기지에서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환대를 받은 뒤 러시아군이 일대에서 임무를 모두 완수한 만큼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군인들에게 "2년여 기간에 러시아군은 시리아군과 함께 가장 전투력이 강한 시리아 내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궤멸시켰다"면서 "부대의 상당 부분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시리아 내전이 러시아가 지원한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돼가는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집트에서는 엘시시 대통령과 만나 일대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확대하는 몇가지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양국은 2015년 시나이 반도서 러시아 여객기 폭파 사건 이후 중단된 양국 간 직항 항공편을 재개하고, 러시아가 이집트에 300억달러(약 32조 7천억원) 상당의 첫 원자력발전소를 짓기로 합의했다.
터키에서는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같은 정치적 의제뿐 아니라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 거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에서 4선 연임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동·아랍권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탄탄히 하는 한편,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함으로써 국내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오는 2월 대선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대다수 러시아 국민의 관심 밖인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분석가 콘스탄틴 폰 에게르트는 "시리아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머나먼 나라로, 거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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