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지연 손실금 방위력개선비로 충당·불법행위 '금전적 면책' 논란도
정부 "법원조정안 수용결정, 깊이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 주시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정부가 12일 국무회의에서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소송 철회를 결정한 것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군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해군은 작년 3월 제주기지 공사지연 손해 등을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 116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34억5천만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주기지 반대 활동으로 인한 민·군 갈등이 더 깊어졌다.
정부의 이날 결정으로 청구 소송을 낸 지 1년 9개월여 만에 '구상권 갈등'은 일단 해소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기지 반대 시위가 이번 결정으로 완전히 중단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 의결과 관련한 '정부 입장자료'를 통해 "소송이 지연되면, 그 승패와 상관없이 분열과 반목은 더욱 심화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상호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문을 정부로 송달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군은 법적 절차에 따라 구상권 청구를 했고,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정안을 냈다"면서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구상권 소송 철회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강정마을의 구상권 철회가 현 정부의 지역공약인 점 등을 감안해 법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했다"는 설명도 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대승적 차원'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논란도 제기된다.
우선, 불법적 공사 방해 행위로 제주 민군복합항 공사가 14개월여 지연돼 발생한 추가 손실 비용 275억원을 방위력개선비에서 충당한 것이 정당했는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는 무기획득과 무기 운용유지, 군사력 건설 등에 사용되어야 하는 데 불법 행위에 따른 손실 비용으로 충당한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예산이 방위력개선비에 편성되어 있어 방위력개선비에서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 행위로 국가와 군의 핵심시설 공사가 지연된 데 따른 '금전적 면책'의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으로 대형 국가 및 군 시설에 대한 공사 과정에서 이런 선례가 적용되면 엄정한 법 집행 취지뿐 아니라 사법 행정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 시위자는 형사 처벌이 됐기 때문에 면책은 아니다"면서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구상권 소송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던 국방부와 해군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비판적 시선도 있다. 국방부와 해군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전후로 불법 시위 단체를 대상으로 정식 사과를 요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니까 국방부와 해군의 입장도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그 전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지만, 법원에서 (반대 단체와 개인에 대해) 반대 활동 중단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입장자료에서 "이번 결정은 정부와 지역주민 간 갈등을 대화와 타협 및 사법부의 중재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한 새로운 갈등 해결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강정지역 주민과 해군이 화합하고 상생하는 지역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조정안에 대한 정부의 수용 결정에 대해 다른 입장과 의견이 있는 분도 계실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 등 각계에서도 깊이 이해해 주시고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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