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버지입니다" 화장실 냄새 속 밥 먹는 경비원들

입력 2017-12-12 13:20  

"누군가의 아버지입니다" 화장실 냄새 속 밥 먹는 경비원들
욕설에 해고 위협…'을 중의 을' 경비원 인권·처우 개선 토론회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린 을 중의 을이에요. 화장실 냄새나는 데서 밥을 지어 먹고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12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경비노동자 처우 증언대회'에 참석한 경비원 A씨는 "우리를 시간만 축내는 노인 취급하는 주민에게 항의할 수 없고 어린 아이한테도 말 한 마디 함부로 못 하는 게 우리 신세"라고 토로했다.
A씨는 "5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에서 주·야 교대로 5명씩 근무하는데 회사에서 3년째 4명을 줄인다고 압박하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타깃이 되지 않으려 서로 견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일을 찾다 보니 경비를 하게 됐지만 제 인생 자체가 경비는 아니었다"며 "많은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데 가봐야 사람 사귀기도 힘드니 참고 일하려 하는데 너무 갑질을 당하니 심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입주자들의 갑질도 심각하다고 경비원들은 밝혔다.
경비원 B씨는 "용역회사에서 연락이 와 아파트 자치회장이 해고하라고 하니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며 "이유를 묻자 '너무 친절하고 똑똑해서 안 되겠다. 그런 사람은 필요없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C씨는 "주차 문제와 관련해 다른 동 대표에게 상의했다는 이유로 해당 자치회장으로부터 '너 같은 X은 내 말 한마디면 용역회사에서 해고할 수 있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자치회장이 근무시간에 자신의 밭에 데려가 풀을 베고 퇴비를 뿌리라고 시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광주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광주 지역 아파트 단지 1천16곳에 근무하는 경비원 3천745명 중 63.6%인 2천382명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 형태로 일했다.
이들 중 63.9%가 1년 단위 계약제로 근무하고 있으며, 용역업체가 바뀔 때 고용 승계 비율은 50.8%에 불과했다.
특히 간접 고용된 경비원들은 직접 고용된 경우에 비해 3개월, 6개월 등 단기 근로 계약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민원이 발생하면 계약 만료 형태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비원들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시단속 업무'를 한다고 승인받으면 근로시간 및 휴일·휴게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24시간 격일제로 한 달 내내 일하더라도 월 급여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센터가 지난해 아파트 경비근로자 212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교대 경비 노동자들의 평균 실 수령액은 약 141만원에 불과했다.
정찬호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장은 "경비직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마지막 직장'이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라며 "재취업과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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