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주 택시지부장, 9월 4일부터 노송광장 철탑 올라가 농성
20m 높이서 침낭 하나로 추위 견뎌, "사납금제 폐지해야!"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며 철탑에서 100일째 아슬아슬한 고공농성을 벌이는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 김재주(57)씨.
김씨는 지난 9월 4일 전북 전주시청 노송광장에 설치된 20m 높이 조명탑에 올랐다.
그는 "하루 운행을 마친 택시기사 손에 남는 건 몇천 원이 고작"이라며 "택시회사의 무리한 사납금 요구에 뼈 빠지게 일한 기사들만 죽어가고 있다. 당장 전액관리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놓아 외치고 있다.
김씨가 주장하는 전액관리제는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게 공공운수노조 설명이다.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으로 택시기사가 매일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고 나머지 수입을 갖는 이른바 '사납금제'가 폐지됐다.
그러나 택시회사 대부분은 납입 기준을 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꿔 사납금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기사들은 말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법 조항에 따라 사납금제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기사들이 하루 운송수입을 회사에 입금한 뒤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같은 부조리를 없애고 동료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농성에 나섰다고 조명탑에 오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조명탑으로 부는 세밑 찬바람을 낡은 침낭 하나로 버티고 있다. 전기장판과 온열기가 있지만, 전기가 끊겨 쓰지 못하는 날이 태반이다.
동료들이 올려주는 반찬과 도시락으로 식사 대부분을 해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독서로 하루를 보낸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택시기사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비좁은 곳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택시회사들이 법에 따라 전액관리제를 받아들일 때까지 땅을 밟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12일 오후 6시부터 '고공농성 100일 투쟁 문화제'를 열고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이행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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