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이재민 혹한 속 컨테이너 생활…주택복구 2세대뿐

입력 2017-12-12 15:16  

강릉 산불이재민 혹한 속 컨테이너 생활…주택복구 2세대뿐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난 5월 6일 대관령 기슭에서 발생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강릉 시내로 삽시간에 옮겨붙었다.
산불은 37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252ha의 울창한 산림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로 졸지에 집을 잃은 이재민은 37세대(80명)에 이른다.
이들은 임시 주거용 조립식 주택 7세대, LH 임대주택 24세대, 친척 집을 비롯한 기타 11세대 등 각각 흩어져 불편함 속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낸 뒤 현재 혹한의 겨울을 맞았다.
산불이재민 최모(73·강릉시 성산면)씨는 혹한이 몰아친 12일 몸이 불편한 아내(72)와 함께 16.5㎡(5평) 정도의 좁은 컨테이너에서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산불로 100㎡ 규모의 집을 잃었다.
58년간 산 집이다.
현재 최씨 집 인근에서는 산사태 방지사업이 막 끝났지만, 불에 탄 나무 벌목 작업이 이뤄지는 등 산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최씨의 좁은 컨테이너 안에는 기름보일러에 전기장판이 있어 추위는 그럭저럭 견디고 있다.
그러나 우풍이 심해 몸이 불편한 아내가 감기에라도 들까 노심초사다.
방문을 열면 산골의 삭풍이 그대로 집안으로 밀려 들어와 대부분을 방 안에서 지낸다.
행정기관에서 넣어준 기름도 앞으로는 직접 사서 넣어야 하므로 난방비와 전기세도 걱정이다.
들이치는 눈비를 피할 제대로 된 신발장도 없다.
밖에 놓으면 신발이 얼 수밖에 없어 방안 싱크대 밑에 몇 켤레를 들여놓고 지낸다.
최씨는 "집을 지을 곳의 공사가 얼마 전에 끝나 내년 봄에나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다"라며 "추위에 고루고루 불편하지만 그래도 지낼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최씨가 집을 지을 예정인 곳의 산사태 방지사업 등이 얼마 전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봄에나 집을 지을 예정이다.
12일 강릉시에 따르면 산불이재민 가운데 주택 복구를 희망한 23세대 중 주택 복구를 끝낸 세대는 2세대에 불과하다.
4세대는 복구 중이고 최씨처럼 17세대는 해가 바뀐 뒤 봄에 본격적으로 집을 지을 예정이어서 좁은 컨테이너에서 혹한의 겨울을 나고 있다.
지금 집으로 쓰는 컨테이너도 1년이 되는 내년 5월이면 돌려줘야 해 산불이재민들은 이래저래 추위만큼 걱정이 크다.
yoo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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