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다 경험…쓰레기 널브러진 방을 기숙사로"

입력 2017-12-12 16:43  

"이것도 다 경험…쓰레기 널브러진 방을 기숙사로"
'대전 청소년 노동 인권 진단과 개선을 위한 토론회' 열려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너희는 경험해 봐야 한다며 쓰레기 널브러진 방을 기숙사로 주고, 너희가 알아서 치워서 쓰라고 했습니다."
12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전광역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와 대전청소년노동인권워크의 주최로 열린 '대전지역 청소년 노동 인권 진단과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특성화고 3학년 A군은 현장실습 때를 떠올리며 "끔찍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A군은 최근 인생에서 첫 직장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한 제조업체에 입사했다.
해당 기업의 급여가 높고 평판이 좋아 특성화고에서 배운 전공과 달랐지만, 입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기업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못 견디고 2주 만에 퇴사했다.
A군은 "첫 근무 3일 동안은 작업화를 받지 못했고, 작업복은 선배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았다"며 "소음이 크고 분진이 날리는 열악한 현장과 현장실습생을 보는 좋지 않은 시선이 힘들었고, 함께 실습하던 친구는 절단기에 손을 다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토론회는 특성화고 3학년인 이민호 군이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대전지역 청소년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A군을 비롯해 특성화고 교사 오완근씨, 최영연 공인노무사, 청소년노동인권강사딘의 김주현씨, 구미경 대전시의원,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직업계 고교생 현장실습 안전사고 대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오 교사는 "일부 교사들 가운데 이번 대책이 파견형에서 학습중심형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이지 학교 현장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다"며 "물론 옛날보다 교육은 더 할 수 있지만, 교육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현재처럼 일을 시키는 업체들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연 공인노무사도 "정부가 일단 현재와 같은 형태의 파견형 실습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전공 적합성과 일자리와 질, 노동관계법 위반 문제는 향후에도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홍춘기 대전광역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은 "청소년 노동 인권이 중요한 이유는 첫 직장에서 그들 인생 처음으로 노동의 의미와 가치 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며 "이윤과 성과지상주의가 아니라 안전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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