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척 모두 사고 전 충돌회피 조치 없어…급유선 1인 당직 금지 수칙도 어겨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영흥도 낚시 어선 충돌사고는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안전운항 의무를 게을리 한 탓에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2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어선 선창1호(9.77t급)와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모두 사고 발생 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우선 급유선 선장 전모(37)씨가 사고 전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 변경 등을 하지 않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해사안전법 66조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 조항에 따르면 다른 선박과 충돌할 우려가 있을 때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침로·속도를 변경하거나 기적을 울리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신용희 인천해경서 수사과장은 "사고 당일 오전 6시 1분 2초께 두 선박의 거리는 약 300m 정도였다"며 "그 상태로 항해를 (계속)하면 충돌할 거라는 걸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회피 동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충돌할 우려가 있는) 상대 선박을 보면 무전을 하고 통신망으로 (사고 위험을) 알려야 한다"며 "동시에 기적 소리를 단발음으로 '삑삑삑' 내거나 속도를 즉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1차조사에서 왜 충돌 회피 조처를 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낚싯배가 피해갈 줄 알았다"고 했다가 2차조사부터는 "레이더 감도가 좋지 못해 어선의 위치를 한번만 확인한 다음에는 더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씨와 갑판원 김모(46)씨는 야간 항해 당직 때 1인 당직을 금지한 해사안전법의 안전매뉴얼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전방 주시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갑판원 김씨는 사고 당시 물을 마시러 선내 식당에 내려가 조타실을 비웠고, 선장 전씨는 김씨 없이 조타실에서 혼자 근무했다.
김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하기 약 4분 전에 식당으로 내려가 충돌 상황을 잘 모른다"면서도 "자리를 비운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말했다.
어선 선장 오모(70)씨도 충돌 전 별도의 회피 동작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급유선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어선 선장 오씨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지만 이미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기록만 검찰에 넘겼다.
해경은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 5인승 어선을 22인승 낚시 어선으로 무리하게 개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불법 증·개축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3일 오전 6시 2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남서방 1.2km 해역에서 발생했다. 충돌 후 선창1호가 전복되면서 승선원 22명 중 7명만 구조되고 15명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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