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존재와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근본적 학문이지만, 많은 사람이 범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철학을 편지와 시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 출간됐다.
이수정 창원대 철학과 교수가 그동안의 철학 공부를 응축해 펴낸 '편지로 쓴 철학사'(전 2권)와 '시로 쓴 철학사'다.
저자는 '편지로 쓴 철학사'의 서문에서 "어렵기만 한 철학은 외면돼도 할 수 없다"고 밝혔듯,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철학 개론서를 쓰고자 했다.
구성도 독특하다. 고대에서 시작해 현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19세기 이후 철학을 1권에서 설명한 뒤 2권에서 이전 시기를 다뤘다.
저자는 모두 100명의 서양 철학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예컨대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에게 쓴 편지에서는 모친의 무심함과 헤겔과의 경쟁 등으로 고통을 겪은 삶을 거론하고는 "당신을 별나고 괴팍한 염세주의 철학자나 비합리주의 철학자로 폄하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다.
이어 쇼펜하우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로 예술, 공감, 금욕을 제시했다고 소개하면서 "니체와 실존주의를 통해 역사적 평가도 얻고 있으니 부디 경쟁자 헤겔을 잊고 자유로워지라"고 조언한다.
각각의 편지는 에세이처럼 읽힌다. 저자도 자기 생각이 녹아 있는 철학 에세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철학이 워낙 무게감 있는 학문이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인 '시로 쓴 철학사'도 철학서로서는 매우 특이하다. 2천600년 서양 철학사를 100편의 시에 담아냈다.
"인간들/ 그냥 내버려둬봐/ 어떨까/ 제멋대로 설쳐대는 그 꼬락서니// (중략) 비록/ 불멸의 신은 아닐지라도/ 살아야 할 가련한 인간들에게는/ 국가는 거의가 신 같은 존재/ 크고도 강력한 리바이어던!"(홉스 철학)
에피파니. 각권 384∼732쪽. 각권 2만∼2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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