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싱크탱크 "전자부품 구매 대금, 北 운영 '글로콤'에서 대신 지급"
"北 역외유령회사 거래 추적에 집중해 불법 외화유입 차단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불법 외환자금을 차단하려면 북한 정부가 역외에 세운 유령회사들의 금융 거래 추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 민간연구소의 합동 분석 결과가 12일(현지시간) 나왔다.
북한이 제재를 피하려고 역외 유령회사를 통해 외환 거래를 하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국제 금융망에서 노출되기 쉬운 만큼 북한이 설립한 역외 유령회사를 먼저 파악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와 미국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이날 워싱턴DC 미 상원 의원회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홍콩에 기반을 둔 '션강무역투자회사'가 북한 정찰총국이 배후에 있는 유령회사일 것으로 추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션강무역투자회사는 지난 2013년 1월 동아시아에 있는 한 전자부품 재판매 회사에서 1만5천 달러(한화 약 1천640만 원)를 주고 물품을 구매했지만, 구매 대금은 글로콤 중국 지사에서 대신 지급했다.
이 재판매 회사는 션강이 어떤 회사인지 전혀 몰랐지만, 구매 계약 체결 뒤에 '편원구'라고 불리는 글로콤 중국 지사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 션강이 내야 할 대금을 대신 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통신장비 회사인 글로콤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팬 시스템스'의 위장 회사로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 대동신용은행(DCB)은 글로콤을 포함,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유령회사들의 외환 거래를 지원해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션강이 구매한 전자부품은 사실상 대금을 지급한 글로콤으로 갔고, 이 과정에서 DCB가 금융 거래를 도운 것으로 봤다.
특히 보고서는 션강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외환 대리계좌를 사용해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이는 션강이 북한과 관련된 사실을 숨긴 유령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중국 단둥을 주소지로 설립된 션강은 '선천람'이라는 사람이 유일한 주주로 등록돼 있다. 이 회사는 북한 유령회사들이 자주 쓰는 방식처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션강은 글로콤 대신 전자부품을 구매한 활동 외에도 러시아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데 관여했으며, 이는 북한 정권을 위한 활동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나온 러시아 세관 기록에는 션강이 지난 3월 1일 러시아 사할린의 어업 회사로부터 289t에 달하는 수산물을 위탁 선적했으며, 이 수산물은 지난 6월 7일 '조선청송무역회사'라는 북한 업체가 받았다.
보고서는 '청송'의 뜻이 '푸른 소나무(Green Pine)'라고 설명하면서 유엔 제재 대상인 국영 무기 수출 업체 '청송연합'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종종 기관들의 이름을 표준화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우정엽 연구위원은 "이처럼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려고 외국에 있는 회사들을 통해 외화 거래를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이런 돈의 흐름을 좇아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외화 획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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