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산불로 가옥 1천채 전소…연예인들 대피행렬

입력 2017-12-13 03:48  

美 캘리포니아 산불로 가옥 1천채 전소…연예인들 대피행렬
샌타바버라 암트랙 열차 중단…"주중 바람 잦아들어 진화 기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남서부에서 잇달아 발화한 초대형 산불이 2주째 번지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 벤추라 인근 토머스 산불로 전소한 가옥이 1천 채를 넘었다.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소방당국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가장 먼저 발화한 토머스 산불은 벤추라부터 인근 휴양지 오하이, 샌타바버라 인근 몬테시토 등을 태우면서 피해 면적이 20만 에이커(약 800㎢)에 이르고 있다. 뉴욕시 전체 면적보다도 크다.
벤추라 인근 지역에서 대피한 주민은 9만3천여 명으로 파악됐다. 벤추라에서는 전체 시민 절반 이상이 대피했다.
진화율은 여전히 20%에 머무르고 있다.
LA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샌타바버라에는 암트랙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교회가 연기와 재 때문에 문을 닫았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앞서 "크리스마스 때까지 화마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전날부터 건조한 산타애나 강풍이 다소 잦아들면서 진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 엘리어슨 샌타바버라카운티 소방국 대변인은 "여전히 나쁘지만 조금씩 덜 나쁜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바람이 자욱한 산불 연기를 걷어내는 면도 있지만, 산불을 더 옮겨붙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 산불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산불 가운데 역대 5번째로 큰 규모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주중 바람이 시속 35∼70㎞로 불어 최고 시속 130㎞를 기록했던 지난주보다는 산불 확산의 기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벤추라 이외에 LA 북부 실마 카운티와 서부 부촌 벨에어, 샌디에이고 인근 본살 지역 등에서 발화한 크릭·스커볼·라일락 산불은 90% 이상 진화율을 보이면서 대부분 꺼졌고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CNN은 "캘리포니아 남서부에서 일어난 6개 대형 산불로 불에 탄 면적은 뉴욕과 보스턴을 합한 면적보다 크고, 싱가포르 전체 면적에 맞먹는다"고 전했다.
소방관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엘리어슨 대변인은 "소방관들이 24시간 또는 36시간 맞교대로 화마와 맞서 싸우고 있다. 우선 주민의 생명을 위해 싸우고 그다음엔 재산, 그리고 환경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CNN에는 지난 10월 발화한 나파·소노마밸리 산불로 집을 잃은 한 주민이 이번 산불로 또 다시 집이 전소된 사연도 소개됐다.
안토니오 왕이라는 마취과 의사는 소노마밸리 샌타로사에 있던 집이 완전히 불에 타 무너져 내렸는데 이번에 벤추라에 있는 두 번째 집도 흔적만 남고 사라졌다.
이 주민은 CNN에 "집을 재건하려면 할 일이 많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패리스 힐튼 등이 대피한 벨에어에 이어 연예인·방송인이 많이 거주하는 샌타바버라 인근 몬테시토에서 스타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이 지역에는 오프라 윈프리, 제프 브리지스, 드루 배리모어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로브 로는 마스크를 쓴 채로 가족과 함께 대피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을 초청해 NBC 방송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한 쇼 호스트 엘렌 드제너러스도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대피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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