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 향한 '수사 교두보' 잇따라 잃어…반발 기류 속 대응 고심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수사 상황 따라 소환 가능성 달라질 듯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3일 기각됨에 따라 '수사의 종착지'로 여겨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일각에선 직접 조사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다른 한편에선 '군 댓글' 등 기존 수사 사안 외에 '다스 의혹' 등 여타 사건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안보 실세'로 불리며 군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가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귀가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된 데 이어 김 전 비서관의 구속도 불발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뻗어 나가던 검찰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국가정보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를 규명해야 수사가 종결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정원 의혹의 핵심인 원세훈 전 원장이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정황이 포착돼 이 전 대통령이 정치공작 활동을 보고받고 지시했는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군 정치공작 의혹 사건에서도 2012년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심리전단 요원을 특별 증원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우리 사람(친정부 성향 인물)을 뽑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발견됐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지난달 이런 혐의로 구속되자 검찰이 국정원·군 수사의 양 갈래 모두에서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는 김 전 장관이 구속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되면서 급변했다.
영장 발부 당시와 달리 구속적부심 재판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임관빈 전 실장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풀려났고, 청와대 측에서 이들과 소통 채널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김태효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도 기각돼 검찰이 하나씩 마련한 교두보가 줄줄이 끊긴 상황이 됐다.
수사의 다른 축인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서도 원세훈 전 원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관련자 신병을 확보해 강도 높은 수사로 이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뒤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한다는 계획은 현재 상황에선 실행하기 쉽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 전 대통령 소환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부담 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재청구 여부와 향후 수사 방향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날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굵직한 주요 수사가 나란히 난항을 겪게 되자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을 목전에 두고 주춤한 상태인 검찰 수사가 반전의 동력을 찾아낼 여지는 여전히 있다.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와 관련된 직권남용 등 의혹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옵셔널캐피탈 장모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과도 맞물려 있다.
검찰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로 알려졌으나, 향후 진척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소환 등 본격 수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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