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물동량 2천만 시대] ② 세계 무한경쟁 속 성장 조건은

입력 2017-12-24 07:04  

[부산항 물동량 2천만 시대] ② 세계 무한경쟁 속 성장 조건은
8개 운영사 난립으로 쪼개진 항만…효율·생산성 제고 한계
운영사 통합·시설 확충 필요…배후단지 활성화 방안 절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이 컨테이너 물동량 2천만개 시대에 들어섰지만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세계 해운·항만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동량 추이를 보면 부산항의 성장을 떠받친 것은 우리나라 수출입화물보다는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이다.
2010~2016년 수출입화물은 3.25%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환적화물은 8.10%나 증가했다.


다른 나라의 환적화물을 계속 대량으로 유치해야 부산항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주로 북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나온다.
중국이 항만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고 일본은 3개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를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는 등 주변국들의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대형선사들도 비용절감을 위해 한 번에 1만8천개 이상 컨테이너를 싣는 초대형선 투입을 늘리고 기항지를 줄여나가고 있다.
비용과 효율 면에서 유리한 소수의 항만에만 들러서 주변의 다른 항만에서 모아온 화물을 환적하는 식이다.


또 대형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강화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항만에 비용인하와 생산성 제고를 압박하고 있다.
부산항이 환적에 유리한 입지 장점에 더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면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부산항이 이에 대응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먼저, 컨테이너 처리 기능이 신항과 북항으로 이원화돼 환적화물을 한 부두에서 다른 부두로 옮기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운영사가 너무 많은 것도 전체 항만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항은 다목적부두를 포함해 23개의 선석을 6개 업체가 2~4개 선석씩 쪼개서 운영한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경쟁항만들은 대부분 1~2개 업체가 모든 부두를 운영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특정 터미널에 배들이 몰려 혼잡해도 비어있는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기 어렵고, 선석 운영에 제약이 많아 초대형선 여러 척이 동시에 접안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북항도 4개 터미널을 3개 업체가 운영하고 있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운영사 수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하지만 2015년에 시작한 북항 운영사 통합은 아직 반쪽에 그치고 있다.
신항 운영사들의 통합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운영사 대부분이 흑자를 내는 데다 복잡한 지분구조 때문에 얽힌 이해관계를 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은 가상의 통합법인을 만들어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수익을 배분하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운영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항만공사는 임시방편으로 특정 터미널이 혼잡할 때 비어있는 다른 터미널에서 하역할 수 있게 선석 공동운영제를 도입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5개 터미널을 서로 단절시키는 울타리 일부를 헐어 환적화물을 부두 내에서 이동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이 예측한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율은 2020년까지 연평균 3.9%, 2021~2025년 3.0%, 2026~2030년 2.4%이다.
이에 맞춰 부산항의 시설확장과 장비확충도 필요하다.


현재 부산항의 터미널 대부분은 배들이 몰리는 요일에는 선석 여유가 거의 없다.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장치장도 혼잡한 편이다.
현재 시설로는 늘어날 물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어렵다.
건설 중인 신항의 2개 터미널에 6개 대형 선석과 2개 소형선석이 추가로 문을 열면 500만개 정도를 더 처리할 수 있다.
그 후에 늘어날 물량을 소화하려면 추가로 부두를 지어야 한다.
2030년 이후 북항의 컨테이너 기능을 신항으로 이전해 단일화하기 위해서도 시설 확장은 불가피하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23개 선석 규모인 신항을 45개 선석(소형선부두 3개 선석, 다목적부두 6개 선석 포함)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이를 더 늘리는 방안을 포함해 신항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부산항 메가포트 전략을 짜고 있다.
부산항이 계속 성장하려면 국적 선사의 든든한 뒷받침이 필수적이지만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은 많이 쪼그라들었다.
한진해운 사태 이전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해운국에서 지금은 변방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부산항 물동량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세에 있다.
청운대 김학소 교수는 세계 5위권 선사들의 최소 선복량인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확보하고 30%선에 불과한 우리 수출입화물의 국적선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수출입화물을 일시 보관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신항 배후 물류단지를 활성화해 화물을 창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2020년까지 조성할 944만㎡의 배후단지 가운데 419만㎡를 68개 기업에 공급했지만 외국에서 원자재나 반제품을 들여와 가공, 포장 등을 거쳐 다시 수출하는 화물의 비중은 6% 정도에 불과하다.
고용인원도 업체들이 제시한 애초 목표의 절반인 2천800여명에 그치고 있고 고용의 질도 좋지 못한 편이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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