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물고기 이야기·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 = 김준태 지음.
"전하의 정치는 이미 잘못됐고, 나라의 근본이 흔들려 하늘의 뜻도 민심도 이미 떠나갔습니다. (중략) 변변찮은 명성을 팔아 전하께서 주신 관작을 받고 녹을 먹는 것은 신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남명 조식(1501∼1572)은 명종이 1555년 단청현감에 제수하자 사직상소를 올려 관직을 거부했다. 임금이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던 시골의 학자에게 벼슬을 제안했는데, 신하는 현실 정치를 대놓고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강직한 조선시대 선비의 다양한 사직상소를 소개한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포함해 27명이 쓴 28편의 상소문을 실었다.
사직상소를 보면 조선 임금의 권력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최익현(1833∼1906)은 고종에게 "아첨을 좋아하고, 정직을 꺼리며, 안일함에 빠져 노력할 줄 모른다"고 직언했다.
저자는 "사직상소에는 당면한 문제점과 폐단을 극복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눌민. 200쪽. 1만3천원.
▲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최헌섭·박태성 지음.
조선 후기 문인인 담정 김려(1766∼1822)가 1803년에 쓴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학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의 주요 내용을 쉽게 설명한 책.
김려는 1801년부터 경남 진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종종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그리고 어류 53종, 갑각류 8종, 조개류와 소라류 11종 등 수중생물 72종을 뽑아 형태, 습성, 요리법, 맛, 효능, 어획 방식을 정리한 서적을 펴냈다.
저자들은 우해이어보에서 생물 53종을 골라 현대인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쥐치에 대해서는 우해이어보에서 "온몸이 쥐와 비슷하나 귀와 네 발의 지느러미가 없다"는 문구를 인용한 뒤 본래는 천대받는 생선이었으나 1960년대 이후 쥐포가 인기를 끌면서 어부들이 선호하는 물고기가 됐다고 이야기한다.
책 뒤쪽에 우해이어보 원문과 번역문을 수록했다.
지앤유. 342쪽. 1만7천원.
▲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전북 익산시 춘포면에 살았던 평범한 농부 이춘기(1906∼1991) 씨가 1961년부터 1990년까지 3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일기를 이복규 서경대 교수가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기가 개인의 기록이지만, 충분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품삯이나 물건값을 통해 당시 물가를 유추할 수 있고, 익산 지역에서 사용된 방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씨의 일기에는 설과 정월대보름, 추석과 관련된 풍속의 변화상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며 "일기를 문화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지사. 432쪽. 1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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