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롄시, 보시라이 '악성 잔재' 제거 불철저" 지적받아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 동북지역 랴오닝(遼寧)성의 항구도시인 다롄(大連)시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적인 보시라이(薄熙來)가 남긴, 잔재 때문이다. 한때 중국 정계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보시라이는 다롄 시장 재직 시절 다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보시라이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면서 다롄시도 홍역을 앓고 있다.
13일 중국 봉황망(鳳凰網)과 북경일보(北京日報)가 운영하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수도뉴스'에 따르면 랴오닝성 당위원회 순시조는 다롄시에 보시라이의 '악성 잔재' 제거가 불철저하다고 지적했다. 보시라이는 지난 1993년~1999년 다롄 시장을, 1999년~2000년 다롄시 당서기를 역임했으며 2001년~2004년까지는 랴오닝성 성장으로 근무했다.
순시조 조사관들은 "다롄시 당위원회 내부에 중대한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조사관은 "다롄시 지도부가 보시라이의 잔재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았다"면서 "간부들이 뇌물이나 개인적 친분인 관시(關係)를 통해 승진하는 등 당 규율을 무시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조사관들은 문제가 있는 간부들의 이름을 거명하거나 구체적인 혐의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 주석이 5년 전부터 주도한 반부패 사정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보시라이의 잔존 세력을 끝까지 색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사관들은 특히 보시라이의 '악성 잔재'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악성 잔재란 보시라이가 충칭(重慶)시 당서기 겸 정치국 위원에서 낙마한 이후 충칭시에 남겼던 나쁜 유산을 표현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용어다. 지난 2007년 충칭시 당서기에 임명된 보시라이는 5년 뒤인 2013년 9월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보시라이 후임으로 충칭시 당서기에 임명된 쑨정차이(孫政才) 역시 떠오르는 정치 스타로 불리며 중국의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했으나 보시라이의 악성 잔재 척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5개월간 비판을 받은 끝에 올해 7월 낙마했다.
보시라이 낙마의 정치적 맥락과는 상관없이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다롄 시민들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보시라이 전 시장 시절 그가 이룩한 업적을 목격한 세대들은 아직도 그를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 시장은 다롄시 시민들 눈에는 여전히 가장 뛰어난 간부다. 그는 다롄시를 꽃으로 만든 도시, 깨끗한 도시로 변모시켰다"고 칭송했다.
보시라이는 다롄 시장 재직 시절 외국인 기업 투자 유치와 도시개조사업을 벌여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탄쭤쥔(譚作鈞) 다롄시 당서기는 12일 랴오닝성 조사관들의 보고서와 관련, 다롄시에 남아 있는 보시라이의 죄악을 청소하기 위해 전면적, 장기적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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