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오용원 박사 영남 선비 일기 분석…"가옥 마구 흔들렸다"고 묘사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조선 시대 선비 개인 생활일기에서 지진 기록이 확인됐고 발생 빈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국학진흥원 오용원 박사(기획조정실장)에 따르면 조선 시대 개인 일기를 분석한 결과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영남지역에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 시기적으로는 지진이 10월부터 3월 사이 집중한 것으로 나온다.
지난해 경주와 올해 포항 지진은 각각 9월과 11월 발생했다.
계암 김령(1577∼1641)이 40년간 일상을 매일 기록한 계암일록에는 지진이 1606년 11월 9일, 1612년 1월 26일, 1612년 4월 9일 3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암일록에서는 지진 발생 여부만 간략히 기술했다.
김령은 사헌부 지평 등을 지냈고 인조반정 이후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인 안동 예안현 오천에 은거하며 살았다.
1612년 4월 9일에 발생한 지진은 조성당 김택룡이 쓴 조성당일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조성당일기에는 '미시(未時)에 지진이 일어났다. 지붕 기와가 모두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진 규모가 꽤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616년 9월 17일에도 '아침에 김진성이 만나러 왔다. 풍종이 앞 밭 콩을 타작했다. 이날 지진이 일어나 지붕이 흔들렸다'고 썼다.
김택룡은 영월군수를 끝으로 관직을 그만두고 주로 안동지역에 살았다.
김령과 김택룡은 1612년 4월 9일에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있었고 당일 발생한 지진을 똑같이 감지했으나 일기에서는 각각 다르게 표현했다.
청대 권상일(1679∼1759)이 기록한 청대일기를 보면 1710년 1월 12일, 1737년 1월 14일, 1746년 10월 19일, 1750년 1월 3일 모두 4회 지진 기록이 있다.
지진 발생 시기가 대부분 겨울이다.
이 가운데 1750년 1월 3일 일기에는 '미시에 강릉 땅에서 지진이 두 차례나 발생해 가옥이 마구 흔들렸다'는 기록도 있다.
청대일기는 권상일이 24세(1702년)부터 58년 동안 자기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대구 팔공산 인근에서 평생 생활한 임재 서찬규(1825∼1905)가 21세부터 17년간 기록한 임재일기에는 수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이 일기를 보면 지진 관련 정보가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지진이 빈번했다.
서찬규는 17년 동안 모두 13회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했다.
오 박사는 경험한 모든 지진을 일일이 다 기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발생 횟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13회 지진 가운데 1회를 빼고 대부분 10월부터 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오 박사는 "임재일기는 다른 일기에 비해 전체 기록 기간이 긴 편이 아니닌데도 지진이 빈번했다"며 "연중 발생 시기가 주로 겨울과 봄이라는 점은 앞으로 한반도 지진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기상 관련 정보는 근대 기상관측을 본격적으로 한 1900년 전후부터 축적하고 있으나 그 이전 자료는 그렇지 못하다"며 "관에서 편찬한 자료에 지진 기록이 좀 있지만, 개인 일기에도 관련 내용이 많은 만큼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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