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8월 인도 동북부 시킴 인근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 지역에서 벌어진 중국-인도 무력대치와 관련해 인도의 책임을 거론하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인도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인도 유력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가 왕 부장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무례하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인도 네티즌들도 왕 부장이 중국의 책임을 빼놓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반발했다.
13일 인도 IANS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러시아-인도-중국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인도를 방문했던 왕 부장이 같은 날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과 별도 양자회담에서 "올해 인도와 중국이 양국관계의 전반적인 발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인도 변경부대가 국경을 넘어 벌어진 '둥랑 사건'으로 양국관계가 엄중한 시련을 겪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날 성명에서 밝혔다.
왕 부장은 이어 "이 문제는 결국 외교적 수단으로 평화롭게 해결됐고 이는 양국관계의 성숙함을 보여준다"면서도 "교훈을 얻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호 신뢰가 없으면 개별적 문제가 계속 일어나 전반적인 상황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양국의 다양한 전략 대화와 실용적인 협력, 국경지대 평화·안정 유지 등 상호 신뢰 증진 방안을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무례한 발언"이라면서 인도 외교부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은 11일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왕 부장과 양자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양국 사이의 이해 증진을 위해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특별한 의제가 없더라도 다시 만나는 것이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인도군 출신으로 국방평론가인 가우라브 아리아는 "중국은 도클람으로 와 자신의 땅이 아닌 곳에서 도로를 건설하려했고 우리는 중국을 저지했을 뿐"이라며 "심각한 시련은 중국이 만들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왕 부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인도와 부탄, 중국 3국 국경이 만나는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에서 6월 16일 중국군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며 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자 인도군은 해당 지역이 부탄 영토라고 항의했고, 이후 인도군과 중국군 수천 명이 73일간 무장 대치했다.
인도와 중국은 8월 28일 양국 군 병력을 철수하기로 합의하고 대치하던 병력을 뒤로 물렸지만, 중국은 당시에도 "변방 분대가 둥랑에 계속 주둔하고 순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양국 간 갈등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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