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기록한 업무수첩, '국정농단' 밝히는 '사초'로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피고인으로 14일 검찰의 구형을 앞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던 참모 중의 하나로 꼽혔다.
대구 출신으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서울시립대 교수, 성균관대 교수를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관련 공약을 최종 조율한 '경제 책사'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 당선 후에는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을 지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이후 2014년 6월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다. 작년 5월에는 청와대 선임수석인 정책조정수석에 중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그도 급격한 추락의 길로 접어든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기금 강제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작년 10월30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부터다.
안 전 수석이 재직 2년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빼곡히 적어놓은 63권의 업무 수첩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여러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쓰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를 두고 '사초(史草)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일자별로 정리된 이 수첩엔 '엘리엇 방어 대책',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빙상' 등이 기재돼 있다.
이런 메모는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들이 당면했던 경영 현안이거나 해당 기업들이 최씨 측에 지원한 사업들과 관련을 맺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이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내리면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유죄의 증거로 활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 수첩은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과 가치를 가진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도 정황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법원은 수첩에 적힌 내용이 진실인지와 관계없이 일단 내용 자체를 증거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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