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C 이스탄불서 긴급 정상회의…"미국의 결정 거부"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세계 최대 이슬람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13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터키 언론에 따르면 OIC 회원국 대표단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거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969년 설립된 OIC는 이슬람을 국교로 한 국가 57개국이 모인 국제기구로, 이슬람권 조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유세프 빈 아흐마드 알우타이민 OIC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의 결정을 거부한다"며 "그 결정은 무슬림 국가들에 이례적인 도전이 됐으며 중동에 폭력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우타이민 사무총장은 이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들은 이를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세계는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나는 점령지인 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인정하기 위해 국제법과 공정함을 중시하는 국가들을 초대했다"며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러한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현 수도이자 앞으로도 수도로 남을 것"이라며 "그러한 인정이 없다면 평화도 안정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바스 수반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을 "최대 범죄"라고 비난한 뒤 "팔레스타인인들은 평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어떠한 역할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모든 무슬림 국가들은 트럼프의 결정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트럼프의 예루살렘 결정은 미국이 정직한 중재자가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은 미국을 겨냥해 "예루살렘과 그 도시의 성지 지위를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슬람권과 중동의 아랍권 국가들에서는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선언으로 반미와 반이스라엘의 여론이 급속히 확산했다.
이들 국가 지도자들은 러시아,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국가 정상들과 예루살렘 사태를 논의하고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외교적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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