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보선 후보 패배 후폭풍 "의석도 잃고 트럼프도 망쳐" 출당 요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이 '텃밭'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창립자인 배넌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백인 우월ㆍ민족주의, 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워 트럼프를 백악관 주인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트럼프 오른팔'로 불린 그는 백악관 입성 후에도 극우 지지층을 기반으로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주류를 기득권 세력이자 숙청 대상으로 몰아붙이며 전쟁을 벌였다.
지난 8월 백인우월주의 시위로 촉발된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사태 여파로 물러나긴 했지만, 이후 앨라배마 보선판에 직접 뛰어들어 자기 입맛에 맞는 로이 무어 전 앨라배마 대법관을 공화당 후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 주류는 '친(親) 트럼프' 바닥 민심을 앞세워 자신들을 흔드는 배넌에게 강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자칫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갈이 표적'이 될까 봐 포문을 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배넌이 강력히 지원한 무어 후보가 과거 10대 소녀를 비롯한 다수의 여성에 대한 성추행 의혹 파문 속에 결국 낙선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공화당의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은 13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배넌을 향해 "정치 무대를 배회하는 어수선한 취객처럼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킹 의원은 이어 "이상한 '대안 우파'(alt-right) 시각을 보여주면서 정부와 정치 절차 전체를 망치고 있다. 우리가 정치에 필요로 하는 타입은 아니다"라며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를 돕는 정치활동위원회(PACㆍ팩)의 스티브 로 회장은 앨라배마 보선 패배 직후 성명을 내, "이번 선거는 어느 지역에 출마하는지가 아니라 후보의 자질이 중요하다는 혹독한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배넌을 겨냥했다.
로 회장은 "배넌은 공화당 텃밭의 중요한 의석 하나를 잃게 한 것은 물론 대통령을 그의 완패의 늪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성추문 사태에 휘말린 무어 후보 지지를 꺼렸으나, 이달 들어 무어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하자 막판에는 공식 지지 선언과 함께 적극적으로 선거 지원을 했다. 트럼프의 선거 지원을 부추긴 이는 배넌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앨라배마 보선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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