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정책기획위-정책실-부처 '3각 정책 거버넌스' 꾸릴 것"

입력 2017-12-14 10:00   수정 2017-12-14 10:10

정해구 "정책기획위-정책실-부처 '3각 정책 거버넌스' 꾸릴 것"

"靑정책실은 정책 컨트롤타워, 기획위는 내용관리, 부처는 집행관리"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성장동력 만들어낼것…공정경제는 경제인프라"
"문재인 정부 끝났을 때 평가받을 수 있는 정량적 지표는 일자리"
"국회·대통령 협조해야 개헌될 것…국회가 주도하고 대통령은 보완"
"문 대통령, 합의되는 데까지 1차 개헌 후 2차 개헌도 생각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김승욱 기자 =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청와대 정책실은 정책의 콘트롤 타워, 정책기획위원회는 내용관리, 각 부처는 집행관리의 역할을 맡으면서 '정책 거버넌스(governance·국정 관리 체계) 시스템'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내 정책기획위원장실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1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관해 설명했다.
3개 조직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유기적으로 공조해 효율적인 3각 정책 거버넌스를 꾸리겠다는 취지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요구로 100대 국정과제가 만들어졌는데 정책 환경이 변하거나 정책 시행 과정에서 피드백이 오면 정책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며 "이를 정책의 내용관리라고 하는데 100대 과제의 내용관리를 정책기획위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청와대 정책실과 기능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옥상옥이 아니라 서로 협조하는 것"이라며 정책실과의 관계를 설정했다.
정 위원장은 "정책실은 기본적으로 매일의 현안 때문에 바쁘다. 정책 콘트롤 타워 역할은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고 연구할 시간이 없다"며 "정책기획위는 2선에 있으니 내용관리를 하고 관리한 내용을 정책실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부처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정책실과는 정책의 내용을 두고 협조하거나 상의할 테지만 직접 정책 집행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청와대 정책실을 사이에 두고 정책기획위와 정부 부처가 하나의 '정책 거버넌스'를 형성해 100대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정 위원장은 약 보름 뒤면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했다.
그가 밝힌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은 '공정경제'가 기본 인프라로서 가장 밑바탕을 이루고,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개의 성장론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정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은 서민의 소득을 증대하면서 아래를 받치는 성장전략"이라며 "그것만 가지고 성장이 이뤄질 수는 없고 앞에서 끌고 리드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혁신성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오래전부터 주장하면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혁신성장은 이제 막 추동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개념논쟁을 하지 말고 혁신성장 중 선도적 과제를 빨리 추진해서 내년이 되면 성과가 나오도록 하라'고 했다"며 혁신성장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전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끝났을 때 가장 평가받을 수 있는 정량적 지표로는 '일자리'를 꼽았다.
정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일자리인 것 같다"며 "다른 것은 정략적 평가를 안 내세우려고 하는데 일자리 문제, 특히 공공일자리는 81만 개를 내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핵심적으로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그것도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전체적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는 것은 대선 때 모든 후보가 약속했으니까 지켜야 한다"며 "국회와 대통령이 협조해야 개헌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고 있으나 최근 국회의 모습을 보면 동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국민이 받는 상황인 것 같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조금씩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대통령이 갑자기 나서면 정쟁이 될 수도 있다. 만일 대통령이 역할을 하더라도 섬세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개헌을 주도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으면 대통령이 보완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합의되는 데까지 (개헌을) 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국회에서 정부형태 같은 것은 합의가 안 되는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치분권과 기본권은 합의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합의되는 데까지 1차적으로 (개헌을) 하고, 정부형태 같은 문제는 선거제도 문제도 있으니까 나중으로 미루든가 하는 2차 개헌도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의료계의 반발을 부른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의사들의 반발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특정 집단의 이해문제라고 본다"며 "그런 갈등은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런 갈등을 조정하는 메커니즘, 타협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한 것 같다"며 "만약 그런 메커니즘을 정책기획위에서 연구해달라고 한다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명지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정 위원장은 대표적인 진보 정치학자로 꼽힌다. 진보적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의 창립 멤버로, 2000년부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정치개혁실 연구위원으로 참여했고, 정책기획위원회 시스템개혁분과 정치행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부 보수층에서 급진적 성향의 학자라는 비판도 하지만 논리적 토대 위에 합리적 판단을 하는 인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는 앞서 정책기획위원장 임명 당시 "정 교수가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완벽히 공유하고 있는 데다 개혁과제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필요한 사항들을 전문성 있게 조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적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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