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권한, 개인비리 무마에 악용" vs "불법지시 안 해…통상업무"
국정원 수사 사실상 마무리 국면…검찰, 禹 신병 확보에 '올인'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작년 가을부터 정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4일 열렸다.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오후 4시께까지 휴정 없이 진행됐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심사에 앞서 오전 10시 18분께 법원 청사에 도착해 '불법사찰(이라는 혐의를 받는 활동)이 아직도 민정수석의 통상업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만 짧게 대답한 뒤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우 전 수석 측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타당성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자신의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뒷조사를 시키는 등 권한을 남용했으므로 사안이 중대하고, 사건 관련자들과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면서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사찰이 통상적인 민정수석의 업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에 대해 "법률의 부지(不知)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우 전 수석 정도 되는 사람이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 직무에 대해 수사하는 게 아니고 불법사찰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의 정상적 업무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 전 수석 측은 영장심사에서 국정원에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민정수석의 통상적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면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우 전 수석은 불법사찰의 실행자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도 통상적인 업무상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이지 불법적인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에 지시해 이 전 감찰관과 박민권 1차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체부가 지원 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다시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우 전 수석은 국정원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단체와 관계자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뒷조사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우 전 수석은 작년 가을부터 넥슨과의 강남역 인근 땅 고가 거래 의혹 등 개인 비위 의혹,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등으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다섯 차례나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 진상 은폐에 가담하고 이 전 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만 지난 4월 불구속 기소해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우 전 수석은 과거 정권 시절 국정원의 각종 국내 정치 관여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마지막 남은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8월부터 넉 달째 국정원 적폐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연내 핵심 인물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가 전체 국정원 수사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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