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런민대생 등 공개서한…국가행정학원 교수도 문책 요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명문대 학생들이 '하층민 강제퇴거' 논란과 관련해 베이징시 차이치(蔡奇) 공산당 서기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4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등 중국의 여러 명문대 학생들은 전날 베이징시 정부의 하층민 강제퇴거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차이 서기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공개서한에서 학생들은 "베이징시의 강제퇴거는 베이징이 세워진 후 3천62년의 역사에서 가장 악랄한 행정 조치이며, 중국 공산당의 당장(黨章·당헌)과 헌법, 행정강제법에 모두 어긋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총검으로 피를 봐야 한다는 차이 서기의 발언은 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고압적인지 잘 보여준다"며 "경찰력을 동원해 엄동설한에 주민의 수도와 전기를 끊고 길거리로 내쫓은 차이 서기는 당장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기도 한 차이 서기에 대한 이러한 공개적인 사퇴 요구는 하층민 강제퇴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얼마나 거센지 잘 보여준다.
지난달 18일 밤 베이징시 외곽의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시 당국은 긴급 화재대책을 명목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베이징시의 명령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 시민단체 등이 이들에게 숙소와 생필품 등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시 당국은 이마저도 저지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차이 서기 등 베이징시 지도부는 거리 시찰에 나서 친서민 발언을 늘어놓았지만, 속내는 이와 달랐다.
차이 서기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기층 민중을 대하는 데는 진짜 총칼을 빼 들고 총검으로 피를 보듯 강경하게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해 그 속내를 드러냈다.
하층민 강제퇴거에 대한 비판과 문책 요구에는 왕위카이(汪玉凱) 국가행정학원 교수도 가세했다.
왕 교수는 전날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 기고문에서 "베이징시의 하층민 강제퇴거와 간판 철거는 인민을 중심으로 한다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이 서기는 수도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밝고 맑게' 만든다는 명분으로 지난달 말부터 건물 옥상의 간판을 모두 철거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베이징 시내에서 1만4천여 개의 간판이 사라졌다.
하지만 건물 이름을 나타내는 간판이 모두 사라지자 시민들이 특정 장소를 찾아갈 때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였고, 거센 반발에 베이징시는 결국 이 정책을 유보했다.
왕 교수는 "이러한 정책들은 대중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며 "당 중앙은 이들 정책 추진 과정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시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하층민 강제퇴거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함께 공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8일 화재에 이어 전날에도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화재가 나 5명이 죽고 9명이 부상했다. 전날 불은 전동자전거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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