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정우성 "평양 사투리 어울린다니 만족합니다"

입력 2017-12-14 14:36   수정 2017-12-14 16:20

'강철비' 정우성 "평양 사투리 어울린다니 만족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정우성은 올해 정반대에 있는 두 캐릭터로 관객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실세 검사 한강식('더 킹')으로 한 해를 시작해 쿠데타 세력 제거 임무를 맡은 북한 정찰총국 요원 엄철우('강철비')로 마감한다. 둘 다 사회적 메시지가 적지 않은 작품이다.
정우성은 스크린 밖에서도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던 지난해 연말 '아수라' 단체관람 행사장에서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소리쳤다. '강철비'가 개봉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정치적 성향을 알리려는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민이 정권에 불만 얘기하면 정치적 발언으로 규정하고 좌파 프레임에 가둬두니까 다들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요. 시민단체는 사회의 불합리를 고발하고 국민은 정치의 잘못을 얘기하고 바꿔야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서 어떤 기성세대가 돼야 하는지 고민도 있어요. 다음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세대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정우성은 '적 아니면 같은 민족' 식의 북한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재 한반도 상황을 냉철히 바라보자는 '강철비'의 주제의식에 공감했다. 그는 "영화의 주제의식과 메시지가 명확하면 배우들은 이끌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우리는 늘 통일을 바라왔잖아요. 분단으로 사실상 섬나라가 됐으니까요. 북한은 근대국가의 틀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왕조를 계승하는 봉건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에 대한 착취를 걱정하게 돼요. 그들에게 좀 더 나은 삶과 체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영화에서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 곽도원과 함께 남북한의 운명을 되돌리는 데 힘을 합친다. 수갑을 차고 국수를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이 아니라 한반도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곽철우가 자기 손목에 수갑을 채우면서 옆자리로 다가왔을 때 마치 한반도의 현재처럼 느껴졌어요. 이렇게 가까운데 쇠사슬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구나."
영화에선 정우성의 평양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기도 하다. 촬영 중 휴식시간에도 북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연구했다. 평양 남자들은 대체로 말이 빠르다고 한다.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지 고민도 했지만, 실제 평양 남자의 말투와 속도를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



"말이 워낙 빠르니까 스태프들이 알아들을 수 있겠냐며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알아듣기 편하게 언어를 변형시키고 싶지는 않았어요. 잘 어울린다니까 그걸로 만족합니다."
최근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난민캠프에 다녀왔다. 그는 "난민 문제에는 정치, 종교, 아동, 여성 같은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식수부터 식량, 의료지원까지 모든 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 상태예요. 전쟁 난민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이 있죠. 로힝야족 사람들은 조국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혼란을 겪는 상황이에요. 심각한 문제죠. 국제사회의 이해와 관심, 정치적 조정이 필요합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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