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 참여 국제연구팀 "산업화 전엔 일어나지 않았을 현상"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지난해 아시아의 기록적 폭염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은 거의 모두 지구 기후변화 때문이다. 대부분 산업화 이전 시대라면,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현상이다."
18개국 11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16년 지구촌 기상이변들을 분석한 뒤 '주범은 기후변화'라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미국기상학회 회보(BAMS) 특별판으로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기후변화가 극심한 홍수나 가뭄, 폭풍우를 비롯한 극단적 기상현상 발생을 증가·증폭시켰을 것으로는 생각해왔으나, 기후변화를 유일한 또는 압도적 원인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제 공동 연구팀은 168쪽에 걸쳐 30개 논문을 실은 이 보고서에서 '적어도 지난해 기상재앙들의 대부분은 기후변화 탓'임을 처음으로 확정했다.
제프 로젠펠드 BAMS 편집장은 "이 보고서는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의 활동이 없었다면 가능하지조차 않았을 수많은 극단적 기상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가 만든 새로운 기후환경 때문에 인류가 새로운 일을 겪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5개 대륙과 2개 대양에서 일어난 극단적 기상 이변 27건을 산업혁명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각종 기록과 비교하고, 원인을 분석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의 역할을 평가한 것이다.
분석 대상 기상이변엔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구표면온도, 인도에서만 사망자가 500명 이상 발생한 아시아의 혹서, 태평양 수온상승으로 인한 세계 최대 산호초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대규모 백화현상, 알래스카 해안의 유해 해조류의 전례 없는 이상 번식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남아시아에서 2015~2016년 때처럼 극심한 가뭄 발생이 지난 60년 사이 3배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27건 중 21건은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해 중국 우한지역 기록적 폭우 같은 일도 1961년에 비해서는 발생 가능성이 10배나 더 커진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모든 극단적 기상이변이 100% 기후변화 탓은 아니다. 브라질 북동부의 심한가뭄, 미국 중부 폭설 등 27건 중 6건(22%)은 기후변화 보다는 자연의 순환 등 다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연구팀이 지난 6년 동안 국제적 기상이변 131건의 원인을 분석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를 주범으로 주목한 것은 65%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갈수록 인공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도 보여준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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