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일본군이 폭격 반복해 다수 시민 희생"
(상하이 도쿄=연합뉴스) 정주호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도쿄(東京)고등재판소(고등법원)가 제국주의 일본군이 중국에서 자행한 충칭(重慶) 대폭격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충칭 대폭격 사건은 제국주의 일본군이 중일전쟁 당시 국민당의 임시 수도이던 충칭의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 폭격한 사건이다.
중국은 일본군이 1938~1943년 이 지역에 219차례의 무차별 폭격으로 1만1천500발의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최소 1만명이 사망, 3만명이 부상했고 1만7천600채의 가옥이 완파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일전쟁 기간 일본군이 자행한 대표적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난징(南京)대학살, 731부대 생체실험, 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과 함께 충칭대폭격을 꼽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 유족 등 240명은 일본 정부에 사죄와 함께 18억 엔(약 17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2015년 2월 1심 도쿄지방재판소가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번 2심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당시의 국제법에 기초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며 "민법의 규정으로도 국가(일본)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구(舊)일본군이 1938년 이후 충칭의 시가지와 쓰촨(四川)성의 각지를 노리고 폭격을 반복해 다수의 시민이 희생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폭격에 의한 피해 사실은 인정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판결에서 패소한 원고 측의 반발을 전하는 한편 일본 법원이 충칭 대폭격이 발생한 사실은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환구망, 중신망은 도쿄고등재판소가 1심 원고패소 결정을 유지하면서도 충칭대폭격이 발생한 역사적 사실은 인정했다면서 선고 직후 충칭대폭격 피해자 대일청구단의 리위안쿠이(粟遠奎) 단장이 재판부의 판결에 거세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를 더 성실하게 마주본다면 중일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피해자를 상처입히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원고 측 한 남성의 말을 전했다. 원고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방침이다.
jooho@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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