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이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의 재판 변론을 끝내는 14일 결심(結審)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는 최씨가 정경유착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징역 25년을 구형한 건 옥사하라는 얘기"라고 반발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과 함께 최종 의견을 밝혔다.
형사소송법 303조(피고인의 최후진술)에 따라 재판장은 검사의 의견을 들은 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게 돼 있다.
다음은 이경재 변호사의 의견 진술에 해당하는 '결심 변론' 전문.
Ⅰ. 머리말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좌·우 배석판사님, 공소유지에 온 힘을 쏟아온 검사님들과 특검을 비롯한 특검 관계자 분들, 1년여간 피고인들 변론에 매달려온 변호인들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결심 공판에 이르도록 함께 노력한 데 대한 감사입니다.
그리고 내년이면 건국 70년을 맞는 이 시기에 촛불과 태극기를 떠나 나라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하며 이 사건 재판을 지켜봐 오신 방청객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몸이 묶인 채 1년여간 이틀이 멀다 하며 조사와 재판 이름으로 심판대에 서서 견뎌내 온 피고인 최서원을 비롯한 여러 상 피고인들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보냅니다.
검찰을 비롯한 소추관 분들은 피고인 최서원이 중죄를 지었으니 옥사해도 마땅하다 할지 모르지만, 25년 구형은 옥사하라는 얘기입니다. 변호인이 직접 지켜본 바로는 피고인이 온전하게 정신줄을 잡고 재판을 견뎌내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면 대한민국 건국으로부터 70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미증유의 갈등과 분열·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지속 중에 있습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어느 국가의 멸망은 외침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홍에 있다는 교훈을 얘기합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분열·갈등·혼돈의 중심에 태풍의 눈같이 이 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6. 11. 20. 피고인 최서원에 대한 기소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2017. 4. 26.까지 5차에 걸쳐 추가기소가 있었습니다. 모두 6건의 공소가 제기되었습니다. 구속영장이 3번이나 발부되었습니다.
이른바 이대 업무방해 등 사건으로 20여회의 공판, 나머지 5건의 사건으로 130여회의 공판 등 총 150여회의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 사건 검찰 증거기록은 적게 잡아 25만 쪽에 이릅니다. 전쟁 같은 재판이었습니다.
지난주부터 있었던 3차에 걸친 프레젠테이션과 결심에 앞서 제출한 600여 쪽에 이르는 변호인 종합의견서에서 변호인의 주장과 반대증거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렸습니다.
몇 가지 특기점을 상기해 보려 합니다. 재판장님의 배려로, 고영태 등의 기획폭로 대화 등이 담긴 이른바 김수현 녹음파일 38개가 법정에 현출되었고, 1년여의 검찰과 실랑이 끝에 JTBC 제출 태블릿 PC의 진실이 드러나게 된 점, 검찰 증거로 제출된 정호성 비서관의 전화 녹음파일의 허구성이 결심에 임박하여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재판은 대한민국 형사 사법사상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그런 만큼 형사소송법 제정과 운용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이 같은 험난한 장정 끝에 결심에 이르게 되어, 다시금 소송지휘에 애쓰신 재판장님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Ⅱ. 이 사건을 보는 입장과 이 사건의 성격
이 사건은, 21세기 초반 우리 시대의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된 정치 현상을 형사 사건화한 것이 그 본질입니다.
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의 다수의석 정파는 이 사안을 특검법률 명칭에서 보듯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특검과 검찰 특수본 2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서원과 공범이 되어 사익을 도모키 위해 뇌물까지 챙기려 했다는, 즉 부패 사범으로 구성하고 이를 국정농단의 핵심사건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헌재의 탄핵 결정도 특검의 공소장 기조를 받아들인 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 변호인과 탄핵에 부정적인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이 적어도 뇌물을 수수할 만큼 부패·타락한 지도자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부 국정운영에서 실책과 과오가 있다 하더라도 탄핵되거나 구속기소 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정파와 특정 시민단체, 이들에 영합하는 언론, 정치 검사, 이에 복속하여 자신의 죄책을 면해보려는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 퇴진을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각색하고 왜곡한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아닌가 하는 짙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러 정황과 사실이 있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의혹 관련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촛불시위가 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이 요동을 치자,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검찰 특수본1기의 수사와 공소권 행사가 변동됐습니다. 처음에는 안종범 수석과 피고인 최서원의 공동 직권남용사건으로, 기소 때는 박 대통령을 포함하여 3자 공모 공동정범으로 구성했습니다.
특검에 가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피고인 최서원의 딸을 위해 뇌물을 받는 사건으로 변질하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받은 경제적 이익이 한 푼도 없어 뇌물죄를 적용할 근거가 없자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로서 드러나지 않은 조력자인 피고인을 경제공동체 내지 이익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몰아갔습니다.
민주노총계열의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 최서원으로 하여금 대기업으로부터 현안해결을 미끼로 출연금을 받은 뇌물사건이라고 고발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총수와 사장들이 모두 뇌물공여자로 고발되었습니다. 이 고발장이 특검과 검찰 특수본2기의 수사 및 공소유지의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검찰 특수본1기 검사들은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 최철, 류상영 등 일단 사람들로부터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운영하려 했다는 허위 진술을 받아냈으며, 심지어는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더블루K를 거느리는 지주회사 인투리스 설립까지 구상했다는 자백도 받아냈습니다. 이후 법정에서 류상영·김수현은 이러한 진술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검사는 끝내 이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1심 재판이 결심도 되기 한참 이전인 2017. 3.경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조사가 초반에 있던 단계였는데, 3. 10.에는 헌재에서 탄핵심판인용 결정이 있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헌재 심리 일정이었습니다.
피고인 최서원에 대한 삼대를 멸하겠다는 가혹 행위, 딸 정유라를 적색수배 했다가 거부된 무리하고 거친 수사방식, 박 전 대통령 구속수사에만 전념하고, 범죄사실이 분명한 고영태의 수사는 뒷전에 둬 변호인으로부터 형평 수사 촉구 항의를 받은 일, 특검브리핑을 빙자해 의혹을 확산시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곤란하게 한 점, 피고인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유인한 점 등 정도수사·정도검찰에서 이탈한 정황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가장 결정적 정황은 JTBC 제출 태블릿 PC입니다. 이 사건 수사 초기 JTBC의 2016. 10. 24.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는 박근혜 정부를 붕괴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결심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태블릿을 공개하지 못했고, 재판장님의 용단에 의해 1년이 지난 지난달 법정에서 그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과수의 감정 회보와 2만쪽의 분석보고서가 제출되었습니다. JTBC 제출 태블릿은 피고인 소유가 아니고 피고인이 사용한 적 없으며, 전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 소유이고, 김휘종 등이 사용했음이 포렌식 분석과 관련 증거에서 확인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2014. 3. 27. 드레스덴 연설문은 피고인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JTBC 태블릿의 오염 정도, 소유, 사용자, JTBC의 태블릿 PC 구매경위 상의 위법성 등을 파악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고영태, 김휘종, 김필준 등을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의상 준비실에 CCTV를 설치한 위법행위를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최서원 데스크톱이나 독일 코어 스포츠 회사의 자료를 빼내 간 박원오, 노승일 등을 조사는커녕 보호해 왔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성격 규정은 천신만고 끝에 재판부에 의해서 1차적으로 판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본 변호인은, 이 사건이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하지만 1년여에 걸친 증거조사 결과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합니다. 재판부에서는 객관·중립적 입장에서 증거에 터 잡아 이 사건의 성격을 규명해 주시길 앙망합니다.
Ⅲ. 중핵쟁점 사항
1년여 치열한 공방 끝에 확인·정리된 사실관계를 변호인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1.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운영에 대해
「국정농단 의혹 사건」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설립 목적과 추진방법이 의혹 제기의 주요 발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양 재단의 설립과 운영의 진상을 파헤치면 이 사건의 깊숙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우선 피고인 최서원이 박 전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해 양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는 검찰의 종래 주장과 세간의 의혹은 류상영, 김수현의 증언과 김수현 등의 녹음파일에서 그 거짓됨과 흑색 선동성이 확인되었습니다. 공소사실로 적시하지도 못했습니다.
양 재단 설립추진의 주도자는 안종범 수석이었습니다.
안 수석 자신이 2015. 1.초부터 청와대 내에서 문화융성·체육진흥을 위한 재단 등 추진체 논의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설립 취지나 목적은 공익을 위한 것이어서 문제 될 여지가 없었습니다.
안 수석의 지시로 방기선 행정관이 2015. 4.∼5월경 각 300억 규모재단으로 설립하는 내용의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방안」을 작성해 안 수석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정작 양 재단 설립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안 수석은 2015. 7. 24., 25. 양일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면담에서 양 재단 설립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었음에도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출연규모 300억, 10개 기업 1기업당 30억으로 합의되었다며 재단 설립을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승철 부회장은 대기업 측에 알아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여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안 수석은 2015. 10.경 중국 리커창 당시 총리의 방한 일정(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 체결)이 짜이자 박 전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제대로 이행치 아니한 데 대한 질책을 우려해 2015. 10. 19. 부랴부랴 이승철에게 재단 설립을 독려하고 10. 21.부터 24.까지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하면서 10. 27. 무리하게 미르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설립된 케이스포츠는 미르재단의 선례를 따른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수석이 위와 같이 재단 설립을 매우 비정상적으로 1주일 만에 무리하게 강행했는지에 대해 보고받지 못하였고, 만약 이 같은 사정을 알았다면 그렇게 화급하게 설립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당장 추진 중단을 시켰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양 재단 설립은 안 수석 주도로 이루어졌고, 피고인이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케이스포츠 재단에 임원과 직원을 추천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설립과는 관련 없는 일입니다.
특히 피고인 최서원은 양 재단의 출연금 모금에는 전혀 관여한 바 없습니다. 안 수석도 알지 못합니다. 검찰은 안 수석과 피고인이 공모해 양 재단을 설립했다고 하다가 양자 간 연결고리가 전무하자 박 전 대통령을 매개체로 하는 공모 공동정범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는 날조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은 양 재단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재단이 설립되는데, 밖에서 지켜보라고 하여 국외의 관찰자로서 재단 운영에 도움을 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피고인이 케이스포츠 재단을 장악해서 운행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피고인을 가탁해 잇속을 챙기려 한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 이에 동조한 정현식 등의 책임전가식 진술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재단 장악 기도는 김수현 녹음파일이 재생되면서 입증되었습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피고인조차 양 재단에서 한 푼의 자금이나 이익을 가져온 바 없습니다.
특검이, 특수본 1기가 피해자로 인정한 양 재단에 출연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16개 기업집단 중 유독 삼성그룹만을 별도로 떼 뇌물공여죄로 형사 소추한 행위는 정상적인 법리판단이나 공소권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삼성그룹과 나머지 현대, LG, SK 등 15개 대기업 집단을 형사법 적용에 있어 달리 해석·적용할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2. (사)동계스포츠영재센터
이른바 영재센터는 피고인의 조카인 장시호가 동계스포츠 유명선수이던 김동성, 이규혁과 더불어 기획하고 설립한 사단법인입니다. 그 목적은 은퇴한 동계스포츠 영웅들이 동계스포츠 영재들을 발굴·육성하는 등 동계스포츠 발전에 기여한다는 데 있어 탓할 여지가 없습니다.
피고인은 조카 장시호의 이런 기획 구상을 듣고 도와달라고 하자, 사단법인 설립 자금 5천만원을 빌려주었고, 사단 설립에 대해 조언을 하였습니다. 나아가 장시호가 운영하는 이 사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피고인이 알고 지내는 김종 차관에게 영재센터를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피고인 최서원은 김종 차관에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익목적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지 위법하게 삼성 등 특정기업을 압박하여 지원을 끌어내라고 요청한 바 없습니다.
피고인은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바 없습니다. 피고인 자신도 영재센터를 지원한 삼성그룹 김재열 사장이나 GKL 관련자를 알지 못하고 접촉한 사실도 없습니다.
피고인은 영재센터로부터 어떠한 이익도 받은 바 없으며, 오히려 장시호에게 사단설립 자금을 빌려주고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장시호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영재센터를 설립·운영했다고 책임 전가 하려 하나 관련 증인들의 증언에서 그가 허위 주장함이 누차 입증되었습니다.
특수본 1기는 원래 장시호의 영재센터 자금 횡령을 수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장시호를 횡령사건으로 구속한 다음 검찰은 장시호를 압박해 피고인 최서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하게 했으며, 피고인에게도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진술하면 선처하겠다는 강요·회유를 줄기차게 했습니다. 피고인의 언니가 구속된 피고인에게 검사실에서 네가 책임을 지고 조카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고 합니다.
특검은,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지원금 16억 2천800만원을 뇌물로 기소했습니다. 영재센터 설립 취지에 찬동하여 지원금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삼성그룹이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삼성 현안과 억지로 연계시켜 뇌물죄로 의율한 것은 특검의 정치성을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 최서원의 부탁을 받고, 장시호를 위해 삼성을 압박해 영재센터를 운영하는 장시호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은 정치적 목적에 눈이 어두워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것입니다. 장시호도 이건 영재센터지원금이 뇌물이라고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3. 뇌물사건
검찰 특수본 1기는 이 사건에 대해 양 재단 설립을 중요 공소사실로 보아 직권남용·강요 사건으로 규정하고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특검에 넘어가자 검찰 특수본 1기에서 이미 철저히 수사한 박원오 주도의 삼성전자 지원 승마선수 해외훈련계획 관련 사실을 피고인의 딸 정유라 1인을 위한 뇌물사건으로 둔갑시켰습니다. 당시 언론과 법조계에서는 승마지원 문제를 삼성에 대한 피고인 최서원과 박원오의 사기, 배임, 횡령 등 범행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었습니다. 그때에도 대통령 탄핵을 관철키 위해서는 특검이 무리하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극소수 의견이 있긴 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특검이 끝나자, 특수본 2기에서 특검과 동조해 이미 기소한 동일한 사실을 두고 롯데와 SK를 뇌물죄로 묶었습니다. 종래의 검찰 관례에서 상상키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탄핵심판 결정이 있자, 이에 힘을 받아 같은 열차에 편승했다고 하겠습니다.
뇌물사건에 대하여는 3일간 프레젠테이션이 있었고,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논쟁했습니다. 논쟁 후 결론적 사실관계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①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 최서원의 부탁을 받고 정유라 1인을 돕기 위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청탁을 수용하고 독일 현지 법인을 만들고 삼성전자와 독일 코어스포츠 간 용역계약을 체결케 하여 용역대금 명목으로 또는 마·차 구매 명목으로 78억을 뇌물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모해적 추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선 피고인이 대통령을 위한 40년 조력자라고 해도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딸 유라 지원을 위해 뇌물죄까지 감수하며 삼성과 거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소장 같은 중대범죄사실에 있어 범행 동기가 도대체 납득할 수 없습니다.
②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 롯데, SK 대기업 총수들 간의 단독면담을 있는 그대로 인정치 아니하고 박 전 대통령과 이들 간의 뇌물거래 현장으로 몰아가는 만용을 보였습니다. 안종범 수첩이 지고 지선의 경전이 아니고 여러 면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백 보를 양보해 안 수석 수첩 기재를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이 사건 단독면담은 대통령과 주요 민간경제 대표가 만나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대통령의 정상적 업무수행이었고, 뇌물혐의를 추리할 기재 사항은 없습니다. 면담 당사자들의 진술도 한결같습니다.
③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을 뇌물공범으로 꾸미기 위해, 양자 간을 경제공동체 관계, 이익공동체 관계, 또는 공적 업무와 사적 영역에서 밀접한 관계 등으로 수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에게 추궁했던 경제공동체 내지 이익공동체는 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고 공소장에 설시한 공·사 영역에서 밀접한 관계 역시 그 애매 모호성은 한층 더하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이 같은 이름 짓기는 양자를 엉성한 그물, 즉 뇌물죄로 엮기 위한 여론조성용으로 보입니다. 양자 간의 관계는 40여년 인연을 맺어 왔으나 대등한 관계가 아니며, 피고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사적인 부분을 조력한 것뿐입니다. 적어도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삼성은 물론이고 롯데나 SK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증거조사에서 모두 규명되었습니다. 특검이나 특수본 2기는 각 기업의 경영 현안이 부정 청탁 대상이었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경영 현안 없는 기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검찰 논리라면, 대통령과 만나는 모든 기업인은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자가 되어 검찰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공포 사회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 집단의 현안을 잘 알고, 그들과 그 현안해결을 논의하는 것은 민주적 리더십에서 볼 때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회에 금전이나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권력과 재력이 결합하는 데 있습니다. 검찰은 대규모 수사 인력, 긴 수사 기간과 재판 기간에서 아직 이에 대한 직접 증거나 충분한 간접증거 내지 정황도 제시 못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검찰이 국가형벌권 행사라는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정경유착 단죄라는 감성에 이끌려 특검을 출범시킨 사회·정치적 목적에 영합해 뇌물죄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승마지원 계획은 승마계의 문제 인물인 박원오가 기획·추진한 것입니다. 박원오는 2015. 3. 삼성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되자 심복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박상진에게 접근하여, 승마발전계획,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자신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특검은 피고인이 승마협회 회장 회장사를 한화에서 삼성전자로 교체했다고 하나, 피고인은 승마협회 운영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박원오는 항간의 풍설에 지나지 않는 정윤회, 피고인에 대한 비선실세 소문을 받아들이고, 피고인에게 접근 하였습니다. 박상진이 박원오에게 승마발전계획을 세워보라고 하자 박원오는 자신이 수립한 계획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자격이 있는 정유라도 승마해외훈련지원 대상자에 들 수 있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삼성에서 승마선수지원계획이 있고, 그 계획을 세울 때 정유라도 당연히 자격이 된다고 하면서 피고인을 끌어들였습니다. 해외전지훈련용역을 맡을 현지 법인 설립도 박원오의 제안에 의한 것입니다. 박원오와 피고인은 상하관계가 아니며, 독일에서 용역계약 체결 시 이를 집행하는 사업의 동업자였습니다. 박원오는 삼성전자로부터 매월 1천250만원을 받는 별도 용역계약까지 맺고 사전정비 작업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박원오는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삼성 측의 승마지원 움직임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알고서 미리 행보를 정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측에서 승마지원에 적극 나서도록 박상진에게 피고인 최서원을 비선 실세인 양 설명하고 그리고 자신이 피고인의 대리인이자 정유라의 보호자인 양 행동했습니다. 미전실 최지성, 장충기 등 간부들은 박상진으로부터 박원오의 피고인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원오의 호가호위와 박상진의 미전실 전문보고가 얼마나 과장·확대 됐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박원오는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증언했습니다. 박원오는 '맨퓨터'라고 불릴 정도였고, 공소장 기재의 승마협회 살생부도 그가 주도적으로 작성에 관여했으며, 문체부 진재수 과장을 접촉한 것도 박원오입니다. 박원오는 2015. 8. 26. 용역계약체결 후 3개월여 만에 피고인과 무단결별하고 자신이 체결한 계약을 파탄내기 위해 삼성 측에 피고인의 배제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이후 삼성측은 박원오의 조언에 따라 이건 용역계약을 해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정이 이와 같으며, 박원오도 결코 피고인 최서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며 그렇게 한 사실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승마지원계획을 피고인의 작품으로 구성하려 했으며, 이것은 앞뒤, 전후가 전도된 분석과 판단이었습니다.
이건 승마지원 사안은 박원오와 삼성전자 박상진(대한승마협회 회장)간의 계약이었고, 박상진은 박원오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독일 코어스포츠간의 용역계약체결과 그 이행 그리고 계약해지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피고인도 대통령에게 이런 부탁을 한 사실 없습니다.
피고인은 삼성 측 사람들을 알지 못하였고, 승마훈련 용역계약에 있는 승마 관련 기술적 용어조차 알지 못하며 말 구입은 전적으로 박원오의 몫이며 커미션도 그에게 돌아갑니다.
이건 승마지원 관련 사건은 박원오의 기획에 의해 그가 행한 일이고 삼성전자의 박상진, 피고인 등은 그에게 이용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만큼 이건 사안을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의 뇌물사건으로 몰아간 것은 명백히 잘못된 숨은 목적이 작용했다고 하겠습니다. 특검의 논리라면 박원오는 이건 삼성 승마지원 뇌물공소범죄의 주요한 공동정범입니다. 박원오 조차 이 건은 뇌물사건은 아니라고 변소하였습니다.
Ⅳ. 법리적 쟁점 몇 가지
본 변호인은 1년여간 피고인에 대한 6건 농단 의혹 사건의 수사·재판·탄핵재판·국정조사 등에 참여하며 많은 법리적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3가지 사항에 대해서 재차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헌법 제84조의 해석 문제입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제목은 「형사상 특권」입니다.
입법 취지는 대통령에 대하여 그가 재임 중에는 나라 자체를 결정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 한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있습니다. 내란, 외환의 죄가 아니면 정치적 해법을 찾으라는 헌법적 명령입니다.
그리고 불 소추한다는 취지는, 의당 그 효력 범위에 수사가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합니다. 수사 없는 소추 행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추정비일 때에는 수사행위도 정지되어야 합니다.
만약, 수사 따로 소추 따로 라면, 우리가 통렬히 체험하듯이 검찰권을 장악한 쪽에서 수사라는 명목으로 대통령을 소환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각종 기밀문서를 빼내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불소추 특권 규정을 사문화 시킬게 분명합니다. 즉 수사와 탄핵을 동시 진행하면, 이 규정은 유명무실해집니다. 헌법규정은, 대통령 재임 중일 때에는 그가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쪽이 수사에 착수하여 국정에 혼선을 가져오게 하는 쪽보다 비교형량상 국가에 이익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지상목표로 행해진 수사행위는 모두 위헌적 수사라고 봐야 합니다.
특검 법률의 위헌성을 다시 문제 제기합니다.
박영수 특검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심판 중에 있습니다. 의회를 장악한 정당이 민주주의·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정권 이익 법률을 만들어 내어도 사법부가 이를 견제하지 않으면 이른바 입법독재, 법제독재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그 활동에서도 위법성이 많았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이 사건 수사를 윤석열 팀장 이하 20명의 파견검사에게 일괄 하도급 방식으로 위임했습니다. 공소유지도 모두 파견검사가 수행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특별검사는 오늘도 법정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특검의 수사와 공소유지 방식은 그 전체가 위법성 흠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피고인 최서원은 3차례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1년 이상 구속된 채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도 6개월 구속 기간이 지나자 다시 별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이에 항의하고 일괄 사임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 같이 방대하고 논란투성이 이며, 입장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데, 꼭 구속해서 재판해야 하는지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사건 관련 피고인 등 대부분은 도주 염려 없고, 증거는 너무 많아 인멸할 여지가 없습니다. 구속 이유가 있다면 당시 여론의 지탄 대상이라는 것 외엔 없습니다. 재판의 장기지연에는 검찰 측이 자신들이 작성한 진술조서를 맹종하는 자백 위주 증거수집 구태가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이제는 구속수사·구속재판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Ⅴ. 재판부에 드리는 호소
피고인은 2016. 10. 30. 자진하여 독일에서 입국했습니다. 자신에게 죄가 있다면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끈질기고 엄중한 신문을 받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진술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떠나 박 전 대통령과 여러 국민께 사죄하고 있습니다.
본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수사·재판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KD코퍼레이션을 정호성에게 소개하고 샤넬 백 1개 받은 것, 독일 현지 법인 코어스포츠가 용역대금으로 36억 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양 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장악했다거나 박 전 대통령을 조종해 삼성, 롯데, SK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부에 호소합니다.
이 국정농단 의혹 사건은 한 시대의 의혹 광풍이 만들어 낸 사안이고 장기간의 다종다양한 의혹 제기와 확대(1조 이상 해외 재산은닉 등) 재생산으로 누구도 의혹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사안이 「기획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둘러싼 문제입니다. 그런데 특검에 넘어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겨냥해 뇌물사건으로 변질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특검이나 특수본2기는 경영현안·단독면담 등을 모두 범죄수법으로 왜곡했습니다. 피고인은 3대 기업의 경영 현안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공모자로 만들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나 피고인이 양 재단, 사단으로부터 이익을 취한 바 없는데 뇌물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증거재판주의,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상의 인권규정들이 이 재판에서 등대 빛이 되기를 호소합니다. 재판장님의 그간의 국가에 대한 헌신, 겸허한 재판진행, 철저한 증거조사 그리고 인내심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