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만성 관절통이 있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흔히 날이 궂으면 팔다리와 허리가 더 쑤신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직 비가 오기 전에 날이 흐려지기만 해도 몸이 먼저 '신통하게 예보'한다고도 한다.
이와 관련해 만성통증 환자 3분의 2가 궂은 날씨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나 습도가 높아지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 점도가 묽어지거나 알레르기성 신경전달물질 히스타민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또 비나 눈 자체가 아니라 흐린 날엔 기압이 낮아져 관절 주변 조직이 부풀어 올라 통증이 심해진다는 설도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아누팜 제너 교수팀은 날씨와 관절통 관계가 사실인지 노인들의 근거 없는 생각인지를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의학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13일 (현지시간) 실었다.
제너 교수팀은 기존의 날씨와 관절통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소규모 연구이고 관계가 있다는 것과 무관하다는 쪽이 엇갈려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른바 '빅데이터'(대규모 자료)를 이용해 통계적 분석을 시도했다. 미국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2008~2012년 중년 이상 나이 든 외래환자의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국립해양대기국(NOAA) 데이터에서 환자 주소지의 날씨를 확인 대조했다.
비가 온 당일 또는 여러 날 비가 오다 그친 뒤 등 궂은 날씨와 관련 있는 시기에 등과 허리, 팔다리 관절통 때문에 의원을 찾은 환자 수와 맑은 때를 비교했다.
외래진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조정하고 비교한 결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관절통과 날씨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제너 교수는 "날씨는 관절 통증의 원인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비가 오면 통증을 날씨 탓으로 돌리지만 맑은 날 통증이 있으면 아예 날씨와 연결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일종의 심리적인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인간의 뇌는 정형화된 양식(패턴)을 찾아내는 데 능숙하며, 흔히 이에 바탕해 형성된 믿음들은 자기충족성(예언이나 생각대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는데 비가 오면 무릎이 아플 것으로 예상하면 실제 아프게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너 교수팀의 연구결과에도 여러 허점 내지 한계가 있다. 진료기록만으론 관절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의 수준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날이 궂을 때면 환자들이 평소 처방받아 놓은 약을 먹거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복용하는 등 자가치료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건보 기록만으론 알 수 없다.
따라서 날씨와 관절통 간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 논문만으론 종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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