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자회견서…"美 군사훈련-北 미사일 발사 악순환 중단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환영하며 미국과 북한이 상호 도발을 중단하고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연말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틸러슨(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직접 접촉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미국 지도부 전체와 국무부에서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처럼 상식에서 출발해 움직인다면 러시아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 기조연설 후 문답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지난달 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것은 한반도 지역에서 미국이 펼치는 호전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우리는 미국 파트너들로부터 (한반도 주변)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후 훈련을 재개했고 북한은 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같은 악순환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체결된 9.19 공동성명의 합의를 미국이 먼저 파기했다고 지적하고 "이후 북한은 리비아, 이라크 사태 등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기술 개발 외에 다른 자위 수단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북한의 핵 개발 동기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제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데까지 이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면서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 상황 악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의 복귀, 북·미간 신뢰구축 및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의 대북 정밀 타격 계획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은 폐쇄 국가로 미국도 어디에 있는 어떤 목표를 타격해야 할지 다 아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북한이 한 발의 미사일만 발사해도 그 결과는 재앙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러시아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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