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5만명, 10년 만에 67배로 급증…한류·경제력 덕분
올해 신규 지정 경쟁률 9대1…"양적 성장 토대로 질적 향상"
[※ 편집자 주 =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설립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첫발을 내디딘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현재 전 세계 54개국 171곳에서 한국어 보급과 한국문화 전파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면서 우리의 문화 영토를 넓혀왔지만 이제는 양적 팽창을 토대로 내실을 기할 때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언어굴기'를 내세운 중국 공자학원과의 힘겨운 경쟁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세종학당의 지난 10년간 성과를 점검하고 과제를 모색하는 기획물 4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 10월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세종학당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 각국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 보급의 전초기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2007년 처음 설립한 세종학당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자리였다. 다음날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이 출범 5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다.
11월 10일에는 세종학당이 처음 문을 연 몽골 울란바토르의 더코퍼레이트호텔에서 학당 개원 10주년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송향근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울란바토르는 세종학당이 처음 출발한 상징적인 장소"라면서 "앞으로 세종학당이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 문화로 어울릴 수 있는 세계 속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출범 첫해 몽골·중국·미국 3개국 13개소였던 세종학당은 올 7월 현재 13배인 54개국 171개소로 늘었다. 수강생 수도 740명에서 67배 증가한 5만여 명을 헤아린다.
곳곳에서 신청자가 넘쳐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입학시험을 도입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최근 이란 테헤란에서는 신입생 모집원서 접수일에 이른 아침부터 3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 3개국 13개소→54개국 171개소…한국어시험 응시자도 급증
2007년 1월 14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해외 문화원과 현지 대학을 중심으로 한국어 보급을 위한 세종학당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금까지 해외 한국어 보급은 교육부 등이 주도해 재외국민, 동포 2세, 한국학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세종학당은 현지의 일반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부가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육기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해외의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시행하는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1997년 첫해 응시자가 2천692명이었으나 2014년 2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29만638명을 기록했다. 20년 만에 108배나 늘어났고 누적 응시자는 212만168명에 이른다. 시험을 실시하는 나라도 1997년 한국·일본·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4개국에서 73개국으로 불어났다.
유학이나 취업 등 실용 목적의 학습자 말고도 K팝이나 한류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4년 세종학당 수강생 만족도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26.7%), '한국(어)에 대한 단순 호기심'(26.5%), '한국 유학'(18.4%), '한국 기업 취업'(17.5%), '학업'(8.5%) 순으로 대답했다.
◇ '작은 문화원' 역할…세종문화아카데미도 20곳 개설
해외의 한국어 교육기관은 문화부의 세종학당과 함께 교육부가 운영하는 한국교육원, 동포사회가 주말에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일부 지원하는 한글학교 세 가지로 나뉜다. 한국교육원과 한글학교는 재외국민과 재외동포 영주권자·시민권자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세종학당은 국외 현지 운영기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독립형, 국외 현지 운영기관과 국내 운영기관(재외공관·대학·비영리법인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계형, 세종학당재단이 우리나라 공공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운영을 지원하는 협업형 세 종류로 구분된다.
운영 희망기관이 강의실과 자료실 등을 갖추고 한국어 교원을 확보해 세종학당 지정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올 6월 러시아 아스트라한, 미국 테러호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옌청, 캄보디아 프놈펜 6곳의 세종학당을 신규 지정할 때는 27개국 51개 기관이 신청해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8년도 세종학당 지정 신청은 내년 1월 19일까지 접수한다. 세종학당재단은 "질적 향상과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관련 전문성, 문화·산업 수요 등을 고려한 유수 대학이나 공공기관과의 협력, 지역별 수요와 균형적 확산 등을 따져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학당은 한국어뿐 아니라 수강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경험하도록 하는가 하면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벌여 현지인과의 소통에도 나서는 등 '작은 문화원' 구실을 하고 있다. K팝, 한식, 한복 등 분야별 전문 강사들이 한국 문화를 강의하는 세종문화아카데미도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20곳에 개설,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문화 체험에서 벗어나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느끼고 이해하도록 했다.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지정 심사와 운영 평가, 표준 한국어 교육과정 마련, 표준 교재(세종한국어) 출판·보급, 한국어 교원 양성·파견, 현지 한국어 교육자 초청 연수, 문화 전문가 파견, 문화 교재 개발, 온라인 학습 사이트 '누리-세종학당'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2009년 개설된 '누리-세종학당'은 한국어 강좌, 한국 문화 관련 영상·웹툰·애니메이션 등 1만3천여 건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8월 가입자 10만 명을 넘어섰다.
송향근 이사장은 "지난 10년간의 양적 확대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질적인 성장을 이뤄 한국어와 한국 문화 보급을 대표하는 해외 거점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 브랜드 세종학당으로 통합
지난해 7월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재외동포 대상의 한국어 교육기관들도 세종학당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원 30곳의 한국어 강좌 간판을 '한국교육원 세종학당'으로 바꿔 달았으며 한글학교는 희망하는 곳에 한해 심사를 거쳐 세종학당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외 한국어 교원 현지 연수도 세종학당재단이 맡았으며 기관별로 별도 시행하던 국내 초청 연수도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재 개발은 문화부 산하 국립국어원으로 일원화하기로 해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발행하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 개발 예산 2억여 원도 지난해부터 이관됐다.
당시 정부는 "재외동포 교육기관에 외국인 수강생이 늘고 있고 재외동포가 현지화돼 대상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라면서 "3개 부처가 대상별로 한국어 교육을 나눠 맡는 데서 오는 비효율을 극복하고 세종학당이 지닌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의 전문성을 활용해 수요 증가와 다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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