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김윤석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쇼트트랙처럼 연기했다"

입력 2017-12-15 14:27   수정 2017-12-15 15:40

'1987' 김윤석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쇼트트랙처럼 연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1987'을 본 뒤 스크린 밖에서 배우 김윤석을 만나면 흠칫 놀랄법하다. 상대를 주눅이 들게 하는 매서운 눈빛과 권위적인 인상, 거대한 몸집 등 영화 속 인상이 너무 강렬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1987'에서 김윤석이 맡은 배역은 대공수사처 박 처장.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고, 간첩단 사건을 기획하는 인물이다.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올 한해를 '1987'로 마감하고, 새해도 '1987'로 열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1987년 그 시절을 그린다. 악역인 박 처장을 중심축으로, 검사와 기자, 교도관, 경찰, 대학생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양심적 선택을 하는 모습을 촘촘하게 담았다.
"영화적으로 영리한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하면 자칫 이야기가 구심점을 갖기 힘든데, 안타고니스트(악당)를 가운데에 놓고 이에 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주제를 관통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김윤석은 그동안 '타짜'의 아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은 실화 속 인물이어서 부담감이 더욱 컸다고 했다. "개인의 개성이 아니라 그 시대 권력 조직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외모에 변화를 줬다. 그 시절 권력을 상징하는 '올백 스타일'의 머리 모양을 했고, 얼굴의 하관이 두드러지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꼈다. 또 실존 인물이 거구인 점을 감안해 한여름 촬영인데도 몸에 패드를 둘렀다.
극 중에서는 평안도 사투리를 썼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은 죽도록 연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도 네이티브를 만나 지도를 받고 녹음도 따라 했죠. 평안남도 사투리는 표준어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박 처장은 6·25 때 월남해 30년을 서울에서 산 사람이어서 그런 것도 신경 쓰며 연기했죠."
김윤석은 영화 속에서 한국 현대사 속 희대의 망언으로 꼽히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불과 30년 전 이야기인데, 너무 기가 차서…"
가장 힘들었던 촬영 장면으로는 남영동 고문실 장면을 꼽았다. "고문 장면을 세세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고문실 세트를 걸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습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장소니까 빨리 벗어나고 싶었죠."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와 부산혜광고 동문이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박종철 열사는 3학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몰랐지만,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공부를 굉장히 잘했던 선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기억했다.
'1987'에는 하정우, 강동원, 여진구 등 김윤석과 다른 작품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윤석은 "모두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쇼트트랙경기를 하듯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김윤석은 '남한산성'과 '1987' 등 올해만 역사적 소재를 다룬 2편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특히 '1987'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정권 교체 이전이었다.
그는 "용기가 필요했다기보다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유가족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는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들도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경험했습니다. 모든 세대가 이 영화를 보면서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촛불집회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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