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의 주요 혐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박민권 1차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리,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성향의 교육감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했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지만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 수감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실세'로 통한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처가와 넥슨의 서울 강남역 인근 땅 고가거래 의혹을 비롯한 개인 비위 혐의 등과 관련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다섯 차례 받았다.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고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라는 별칭까지 붙기도 했다. 검찰이 작년 말 우 전 수석을 조사할 때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이 촬영돼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고, '봐주기' 부실수사라는 비난도 거셌다. 검찰은 이후에도 수사 강도를 높이며 집요하게 파헤친 끝에 국정원 적폐 청산 수사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찾아내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체적인 혐의 사건을 적시했다. 이는 우 전 수석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 전 특별감찰관의 뒷조사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시킨 혐의가 민정수석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 전 수석은 사찰이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통상업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선 불법 사찰이라는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국정농단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 등 핵심 인물들이 예외 없이 모두 구속됐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이 구형된 것과 함께 엄벌 의지를 보여준 조치로 평가된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구속 수감을 계기로 우 전 수석과 최씨 등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다른 혐의들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과 국정원이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과학계, 교육계 인사와 단체들까지도 불이익을 주거나 사찰했다는 의혹, 최씨의 금융권 인사 개입이나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연루설 등도 본격적으로 규명해 사실로 드러나면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다며 시민단체가 고소한 사건에 대한 서울 고검의 재수사도 엄정하게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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