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장' 전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10년간 30여명 사망

입력 2017-12-16 09:30   수정 2017-12-16 13:06

'죽음의 공장' 전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10년간 30여명 사망

노조 "사측 산재 예방 의지 없어…당국은 관리 소홀"



(당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알려진 것만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산재예방 의지 부족'과 '당국의 관리·감독 허술'을 사고 재발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13일 벌어졌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A지구 열연 공장에서 당시 설비를 정비하던 노동자 주모(27)씨가 설비에 몸이 끼이면서 숨을 거뒀다. 정비 중 설비가 갑자기 움직여 발생한 사고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작년 이맘때는 일주일 사이에 두 명의 근로자가 연달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28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컨베이어 벨트라인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한모(37)씨가 설비에 끼여 숨졌고, 일주일 뒤인 12월 5일에는 열연 공장에서 기중기 조종사 장모(35)씨가 크레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2007년부터 최근까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는 알려진 것만 33명에 달한다.
특히 2013년 5월 협력회사 근로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전기로 보수와 테스트를 마친 후 밸브가 열렸는지 모르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새어 나온 아르곤가스에 그대로 노출돼 숨졌다.
이 사고 이후 질타가 이어지자 2013년 12월 현대제철은 안전 확보를 위해 1천200억원을 투자하고 전담인력을 50명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이듬해 2월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불시에 방문해 안전관리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중대 재해사고가 재발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또다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서 사망사고가 잦아지면서 모두 공염불이 됐다.
<YNAPHOTO path='AKR20171215135300063_03_i.jpg' id='AKR20171215135300063_2501' title='' caption='2014년 2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불시방문해 안전대책을 주문한 정몽구 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조는 산업재해 예방에 의지가 없는 사측과 노동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런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 13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설비는 A지구 뿐 아니라 공장 전체에 있는 만큼 작업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세민 전국금속노동조합 산업안전보건실장은 "지난 13일 사고가 발생한 공정은 제철소에서 가장 기본적인 설비지만, 해당 설비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7가지나 발견됐다"며 "매번 근로감독을 해 온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이런 위법 사실을 방치했다는 것은 노동부가 그동안 현대제철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덮어주는 식의 감독을 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이어 "사측 역시 산업재해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공장을 기본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는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며 "노동 당국은 문제가 된 설비가 아직도 다른 공정에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만큼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사측은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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