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부터 10년간 '늙어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목록 작성 …'노년의 고집' 경계
"우리가 아무리 부모와 다르게 하겠다고 다짐해도 부모가 된다는 것 명심"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올해 60세의 미국 작가 겸 언론인 스티븐 페트로가 쓴 '내가 늙으면 (내 부모와) 다르게 할 일들의 목록'이라는 짧은 수필이 세대를 넘어 공감이나 반론을 일으키고 있다.
50세 생일을 지내고부터 늙으면 할 일과 하지 않을 일들을 메모해오고 있다는 그는 이 목록이 이제는 돌아간 자신의 부모를 모시면서 자신은 늙으면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모은 것인 만큼 "매우 주관적이고, 초특급 비밀"이라고 말했다. 부모를 비난하는 뜻이 아니다. 몸은 늙었어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고집'과 그러다 혹시나 사고 나면 어쩌나 하는 자식들의 걱정 사이의 긴장을 말한 것이다. 필자의 목록은 자식을 비롯해 남에게 걱정이나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년의 완고함에 갇히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페트로는 "아버지는 약을 드시지 않고도 드셨다고 거짓말을 일삼았고, 한사코 보청기를 마다하면서 남들에게 소리 좀 키우라고 요구했으며, 어머니는 나 몰래(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셨다) 담배를 피우시다 끝내는 폐암 진단을 받으셨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록에 올라있는 것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이런 고집이 치른 대가를 보면서 느낀 짜증"을 반영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어머니의 자동차 운전 고집. 접촉 사고 같은 작은 사고들이 점점 잦아졌지만 제발 운전대를 그만 잡으라는 가족의 만류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엔 차량국에 신고해 강제로 도로 운전 시험을 보게 했다. 당연히 불합격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그 일로 마음이 상한 어머니는 계속 나를 괴롭히셨다."
페트로의 목록엔 "누가 내 운전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면, 혼자 돌아다닐 수 없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단박에 자르지 않겠다. 그때쯤이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생기길 바라야지. 다른 수가 없으면, 누군가 나를 (차량국에) 신고해주면 좋겠다"고 적혔다.
부모를 모시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나날이 신체가 허약해지는 것. 노인들은 궁둥뼈 낙상으로 자리 보전하면 끝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할머니도 여든넷의 나이에 지팡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으나 뉴욕 지하철을 혼자 타고 가다 넘어져 몇 달 후 사망했다.
페트로는 "내가 신물 나도록 할머니 얘기를 하고, 아버지 스스로 수백 번 넘어졌으면서도 끝내 지팡이와 보행보조기를 거부하다 갈비뼈 네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는 그 길로 건강이 악화해 돌아가셨다"며 "내가 지금 이런 점을 깨닫고 있지만 난들 분명히 유전일 터인 나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래서 그는 목록에 "(스스로 기동할 수 있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최선의 길은 작은 의존이나 보조는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넘어져 뼈가 부러지느니 보행보조기를 사용한다"라고 올렸다.
페트로가 8년 전에 쓴 것엔 "내가 오줌을 지려놓고 개 탓을 하진 않겠다. 내 침대를 적셔서 다른 이가 침대보를 세탁하는 수치 대신 내가 성인 기저귀를 차는 수치를 택하겠다"는 다짐도 있다. 다만 자신의 아버지는 그 반대를 선택했었다며 자신도 나이 들어가면 침대에 지리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페트로는 올해 초 사망한 어머니가 끝까지 깔끔하고 단정함을 잃지 않은 것은 따르기로 했다. "엄마처럼 깨끗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도록 유지해서 사람들이 내 곁에 앉거나 내 손을 잡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하얗게 유지하는 것도 목록에 올라있다.
양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욱하는 성미에 대해서도 목록에 올렸다. "내 주변이나 몸에 일어나는 일로 화나거나 아파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상냥하겠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겠다." 등등.
그는 "이제 나이 60 고비를 넘기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리 부모와 다르게 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해도 우리도 그들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도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더 이상 목록에 올리는 것을 그만두고 이미 올린 나에 대한 충고를 따라야 하는 시점을 내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 온라인판에 올린 글을 15일 자 아시아판 지면에 다시 게재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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